아라가야고분 천장에 뚫린 125개 구멍…"무덤 당시 새긴 별자리"

입력 2018-12-18 18:46  

아라가야고분 천장에 뚫린 125개 구멍…"무덤 당시 새긴 별자리"
함안 말이산 13호분 내부 천장에 크기·깊이 다른 구멍 발견돼
생명 뜻하는 남두육성 등…"최전성기 왕 무덤으로 추정"



(함안=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적벽돌을 빈틈없이 쌓아올린 듯한 모습의 좁은 장방형 무덤방. 최경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이 손전등으로 천장을 비추자 수많은 구멍이 뚫린 덮개돌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18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관심을 끈 경남 '함안 말이산 13호분' 덮개돌이다.
5세기 후반 아라가야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13호분 천장을 구성하는 이 덮개돌 아래쪽에서는 인위적으로 뚫은 구멍 125개가 발견됐다.
이 구멍들은 성혈(星穴), 즉 별자리를 뜻한다는 것이 6월부터 13호분을 조사한 조사단 잠정 결론이다. 구멍 크기와 깊이가 제각각인 것은 별 밝기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한국천문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거쳐 서쪽에는 전갈자리(동양 청룡별자리), 남쪽에는 궁수자리(남두육성)를 새긴 것으로 파악했다.



성혈은 일반적으로 청동기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발견되며 삼국시대 무덤 덮개돌에서 확인된 경우는 이례적이다. 대가야 고분인 고령 지산동 30호분 덮개돌에서도 성혈이 확인되는데, 이는 암각화를 재활용한 경우다.
함안 말이산 13호분의 경우는 암각화를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무덤을 축조할 당시 의도적으로 디자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혈을 새긴 덮개돌과 양쪽 벽면이 맞물리는 부분에는 구멍이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덮개돌 재료도 함안에서 보기 어려운 화강암 성분이다.
덮개돌 중 가장 중앙에 놓인 이 덮개돌이 장벽 들보공과 일치하는 곳에 배치된 것도 성혈이 무덤 축조 기획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키운다.
최 조사단장은 "무덤 축조 당시 규격에 맞춰 별자리를 새기지 않았나 하고 추정한다"라면서 "고인돌 별자리를 조사해온 천문연구원 학자도 (말이산 13호분 성혈은) 고인돌 별자리하고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아라가야인들은 왜 무덤 덮개돌 안쪽에 성혈을 새겼을까.
조사단은 죽음을 의미하는 북두칠성과는 달리 남두육성이 땅과 생명, 장수를 뜻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13호분 내부 벽면이 생명 부활, 불, 태양 등을 상징하는 붉은 색으로 칠해진 점도 이와 연결된다.
조사단은 이러한 여러 상징성을 들어 무덤 주인공이 아라가야 군주 중에서도 가장 최전성기를 보낸 왕이었을 것으로 본다.
13호분이 1천여기에 달하는 말이산 고분 중 가장 중앙부 가장 높은 지대에 있다는 입지적 특성도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13호분은 1918년 일제강점기 사학자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가 '도굴식' 조사를 한 뒤 100년 만에 조사가 재개됐다. 야쓰이 세이이쓰 조사 전후로 1차례씩 도굴이 진행된 것으로 조사단은 파악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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