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다문화복음방송 이끄는 김덕겸 목사 "우리는 모두 나그네"

입력 2018-12-20 10:08   수정 2018-12-20 13:01

[사람들] 다문화복음방송 이끄는 김덕겸 목사 "우리는 모두 나그네"
올 2월부터 13개국어로 설교 방송…"물신주의에 찌들어 사람 차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성경에 나그네를 환대하라는 말씀이 있죠. 이 땅에 온 모든 이방인을 반갑게 맞고 따뜻하게 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기나긴 인생길을 걷는 나그네이고, 언제 이주민이 될지 모릅니다. 우리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모든 이를 대접해야죠."

다문화복음방송(MGBC)을 운영하는 김덕겸(58) 목사는 외국인 선교와 다문화 방송의 선구자로 꼽힌다. 출석교인 120명 안팎의 작은 교회를 이끌고 있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방송 설교를 보고 듣는 외국인 신도는 하루 1만 명이 넘는다.
영어·중국어·태국어·방글라데시어·네팔어 등 13개 언어로 제공되는 콘텐츠를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접속해 시청할 수도 있고 앱라디오로도 들을 수 있다. 앱라디오 생방송은 오전 4시 러시아어를 시작으로 자정까지 1시간, 혹은 1시간 30분마다 언어별로 편성돼 있다. 다시 듣기도 언제든 가능하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사랑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자국어로 복음을 듣고 싶어하는 수많은 외국인을 위해 지난해 11월 시험방송을 시작한 뒤 올해 2월 10일 정식으로 개국했다"면서 "국내에서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모국어로 말씀과 찬양을 들을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는 글을 남긴다"고 소개했다.
13개 언어 콘텐츠를 다문화복음방송이 다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 지하 스튜디오에서 김 목사가 직접 출연해 한국어와 영어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사랑교회에서 진행되는 예배를 녹화하고, 다른 교회에서 진행되는 외국인 공동체의 예배를 카메라에 담기도 하지만, 상당 분량은 유튜브에 올라오는 각국의 복음방송 콘텐츠를 재가공해 편성한다.
다문화복음방송에서는 김 목사와 함께 전도사 1명과 집사 3명이 PD로 봉사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콘텐츠만큼은 김 목사가 손수 엄선한다고 한다. 이단이나 사이비 등 교리상으로 위험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따진다.
"예수께서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는데,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온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죠. 이들에게 자국어로 복음을 들려주고 싶어 백방으로 알아봤죠. 웅진재단의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에도 찾아가고 KT 관계자 등에게도 물어보니 지금의 방식이 딱 맞겠다 싶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선물을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최대한 활용해야죠. 앞으로 콘텐츠 사용 언어를 20개국어로 늘릴 생각입니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를 마친 뒤 서울로 올라와 검정고시로 고교 과정을 이수했다. 법관을 꿈꾸며 공부하던 중 인생에 회의를 느껴 자살을 기도했다가 하나님을 영접하고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백석대 전신인 기독대를 거쳐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 석사, 미국 LA의 국제신학대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1986년부터 목회 활동을 해오던 중 1990년 세계선교협력센터를 설립, 아프리카 각국과 인도·스리랑카·네팔·파키스탄·방글라데시·필리핀 등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현지에 신학교를 세웠다. 서울한영대(전 한영신학대)의 통역대학원에서도 설교와 통역을 가르치며 선교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영어 예배 설교 운동에도 앞장섰다.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이 급격히 늘어났어요. 2000년대에 들어서자 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 말고도 유학생, 상사 주재원, 교직원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몇 년 있다가 돌아가는데, 이들을 훈련해 자국에 복음을 전하게 하면 무척 효율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1년 서울과 경기도 안산·화성에 세계외국인선교신학원을 세워 외국인 선교사를 길러내고 있습니다."
그가 시무하는 사랑교회에서도 필리핀어(타갈로그어)·중국어·영어로 주일 예배를 올린다. 그러다 보니 인근에는 외국인이 거의 살지 않는데도 서울 각지와 경기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외국인들이 교회를 찾아온다. 김 목사는 이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주고 식사와 옷 등을 제공한다. 교회 옆 연립주택 두 채를 얻어 남녀 외국인 셸터(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체류 기간을 넘기는 바람에 불법체류자로 강제송환될 위기에 놓인 근로자의 신원 보증을 서준 일도 있죠. 인도에서 온 유학생이 갑상샘암에 걸리자 수백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와 입원비를 대주기도 했고요. 이유야 어떻든 우리 교회를 찾아온 손님이자 길 잃은 양인데 힘닿는 데까지 도와야죠."
김 목사는 현재 서울한영대 교수로 재직하며 대외부총장도 맡고 있다. 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생방송에도 한 달에 두 번 출연한다. 1주일에 4일은 교회, 3일은 학교에 출근해 목회와 강의에 매달리면서도 새롭게 눈뜬 '다문화 방송 선교'라는 소명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성탄절이 며칠 남지 않은 만큼 예수 탄생의 의미를 묻고 당부의 말을 청했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자, 억눌린 자, 헐벗은 자, 소외된 자를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우리는 잘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사대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 못사는 나라 출신 외국인들은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물신주의에 찌든 탓이죠.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핍박받는 외국인들을 위해 작은 나눔과 봉사라도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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