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들이받아 수리비만 4억…가난한 대만 청년에 온정 답지

입력 2018-12-20 16:27  

페라리 들이받아 수리비만 4억…가난한 대만 청년에 온정 답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대만 신베이시(新北市)에 사는 린친샹(20)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일요일 새벽 악몽과도 같은 일을 겪었다.
종교의식에 쓰이는 향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홀어머니를 돕고자 인근 사원으로 배달을 나갔다가 졸음운전으로 럭셔리카인 페라리 3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것.
당시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한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고급 차들이 크게 파손됐다.
불행히도 그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은 물적 피해는 보상해 주지 않는 보험이었다.
엄청난 금액의 수리비를 물어내야 할 상황이었다.
페라리 대리점과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대략 산정한 수리비는 1천200만 대만 달러(약 4억4천만원). 한달 벌이가 3만5천 대만 달러(약 120만원)인 그가 꼬박 28년을 벌어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린친샹은 실의에 빠졌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곤경에 처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걱정됐고 그렇게 큰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회고했다.
어머니와 형, 고등학생인 여동생 등 네 식구인 린친샹 가족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몇 년 전 아버지를 여읜 그는 홀로 힘겹게 향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를 돕고자 다니던 대학까지 중퇴했다.

향가게 수익이 충분치 않아 가게 문을 닫은 뒤에는 바비큐 식당에서 새벽 3시까지 밤일을 하고 있다. 그날 사고도 새벽 근무를 마치고 완전히 탈진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린친샹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의 안타까운 사연이 매스컴을 타고 대만 사회에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온정이 답지하고 있는 것이다.
10여명의 시민이 사고 관할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그를 돕겠다고 제안했다. 일부 시민은 철판을 덕지덕지 잇댄 그의 판잣집 가게까지 찾아왔다.
이에 린친샹이 거주하는 지역 당국은 모금을 받고자 정식으로 계좌를 열었다. 기부 건수만 100건이 넘어 현재까지 총 74만 대만 달러(약 2천700만원)가 모금됐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성원에 린친샹은 "일부 시민은 본인도 넉넉지 않은 처지에 돈을 기부하고 있다"면서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BBC는 린친샹의 사연이 점점 벌어지는 빈부 격차에 신음하는 대만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대중들이 이에 반응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린친샹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 차 수리비를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페라리 주인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페라리 차주는 자신도 차를 사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서 피해 보상을 받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보험사와 보상 한도를 협의 중인 페라리 차주들은 다만 수리비를 일시불로 내지 말고 분납하는 방안을 린친샹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린친샹은 "사고를 일으켜 죄송하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잘못을 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비용을 전액 지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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