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종전선언' 불발에 美입장 고려한 듯…평화협정은 비핵화 완성단계에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은 비핵화 초기조치와 함께, 평화협정은 비핵화 해결단계에서 각각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간 평화협정을 비핵화 완성단계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종전선언에 대해선 연내 추진 방침만 내세웠을 뿐 딱히 비핵화와 연계하지는 않아 왔는데 미국의 입장 등을 고려해 로드맵을 정교하게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개된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초기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비핵화가 완전히 해결되는 단계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은 '4·27 판문점 선언'에 담긴 대로 연내에 남북미 등 관련국이 합의해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연내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종전선언은 연내가 목표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면서 "우리 정부만의 또 남북의 결정만으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북미 3자가 다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어서 그 최종 목표를 위해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당시 종전선언이 비핵화 초기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따로 달리지는 않았다.
이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전이라도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워싱턴DC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종전선언과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취하게 추동하는 입장에서도 종전선언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에 종전선언을 위치시키는 이른바 '입구론'이 정부의 입장으로 여겨졌다.
그랬던 정부가 종전선언을 비핵화 초기조치와 함께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당초 계획했던 '연내 종전선언 체결'이 사실상 무산된 점이 우선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또 미국이 종전선언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하고 있는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은 '법적 효과가 없는 상징적 조치'임을 여러번 밝혔지만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대북 군사옵션을 제약하고 한반도 안보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사실상의 '불가역적' 조치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이 종전선언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종전선언을 둘러싼 판이 더 복잡해졌다. 결국 정부로선 비핵화 진전이라는 중요한 '현상 변경'이 이뤄져야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신중론을 돌파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핵화 초기조치 '이후'가 아닌 '와 함께'라고 표현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핵화 초기조치가 무엇인지도 적시되지 않아 정부가 보다 유연하게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각각 비핵화 '입구'와 '출구'에 배치한다는 정부의 생각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비핵화 초기조치와 함께'라는 표현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데 있어 융통성을 갖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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