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어쩌다 욕망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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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2-21 10:49  

서울은 어쩌다 욕망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나

서울은 어쩌다 욕망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됐나
문학으로 1961∼1978년 조명한 '서울 탄생기'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해방 후 서울의 변화처럼 눈부시다는 형용사를 잘 받는 말도 없으리라. 10년은커녕 3년만 외국을 갔다 와도 살던 동네를 못 찾는다는 말도 있다."
박완서가 1982년 발표한 소설 '엄마의 말뚝'에서 서울은 급변하는 도시다. 조선시대 도읍 한성은 일제강점기 경성이 됐고, 광복 이후에는 서울이 됐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각종 욕망이 투영된 장소이자 발전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하는 송은영 성공회대 학술연구교수는 서울에서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점을 1966년으로 본다. '눈부신 변화'라는 표현은 1966년 이후 서울에만 써야 합당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 역사에서 1966년은 어떤 해일까.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마무리됐고, '불도저 시장'으로 유명한 김현옥 시장이 취임했다.
서울시 영역은 1963년에 현재와 같이 넓어졌는데, 김 시장은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각종 개발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사직터널, 삼청터널, 남산 1·2호 터널, 청계고가도로는 모두 그가 만들었다.
송 교수는 신간 '서울 탄생기'에서 서울이 1960∼1970년대 한국 사회의 모든 욕망을 흡수하는 절대적 중심 공간이 되는 과정을 문학 작품이라는 프레임으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이호철·김승옥·최인훈·이문구·이청준·최일남 등 작가 16명이 서울의 변화상을 사실처럼 기록한 110여 편을 면밀히 분석해 이 시기 서울을 1961∼1966년, 1966∼1972년, 1972∼1978년으로 구분한다.
그는 1966년 이전 서울은 국가권력의 힘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른 강제적 재배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1960년대 초중반에 쓰인 문학 텍스트를 보면 등장인물이 걷고 보고 경험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지리와 지명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어 국가권력이 도시 공간에 침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966년을 기점으로 서울은 자본주의 성장과 맞물려 변화에 속도를 낸다. 일례가 1968년 11월 말에 완전히 사라진 전차다. 청량리, 영등포, 효자동, 영천, 왕십리에서 출발해 곳곳을 누비던 전차는 버스에 밀려 퇴물이 됐다.
최인훈이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쓴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보면 주인공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전차만 해도 평등, 공(公)적인 터 -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해주었다"고 그리워한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광화문 시민회관 쪽의 이 길은 언제부턴가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길의 하나가 되었다"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한 광화문부터 시청까지 이어진 세종로가 서울의 중심으로 부상했고, 고층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1972년 이후 서울에서 새롭게 떠오른 지역은 '강남'이다. 강남 개발 열풍이 불면서 아파트가 속속 세워졌고, 서울중심주의는 더욱 강력해졌다.
저자는 "남서울 또는 영동으로 불리던 신개척지 강남은 서울의 문화, 경제, 생활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넓은 대로가 바둑판처럼 구획된 강남의 신시가지는 업무지구, 아파트 단지, 주택가, 녹지를 적절히 배분한 계획도시의 실험장이었다"고 말한다.
이호철이 1965년에 쓴 단편소설 '서빙고 역전 풍경'에서 등장인물들이 한강 남쪽을 보며 나눈 "벌써 돈 있는 사람들은 저 건너 땅을 무더기로 사두었다던데요"라는 말은 일종의 예언이었다.
많은 문학 작품이 이후 강남 부동산 투기를 다뤘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을 소재로 삼았다.
그는 "서울의 기본적 속성 중 하나는 빠르고 항상적인 변화"라며 현대성에 대한 지향, 발전주의 이데올로기, 일상과 문화의 아메리카니즘이 1960∼1970년대에 뒤섞여 나타났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문학이 서울의 도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문학이 생산한 서울의 표상이 현재와 어떻게 다른가를 파악하는 것은 역사적 반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푸른역사. 568쪽. 2만9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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