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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리뷰-공연] 이렇게 사랑스럽고 철든 '랭보'라니

입력 2018-12-21 12:14   수정 2018-12-21 12:42

[통통리뷰-공연] 이렇게 사랑스럽고 철든 '랭보'라니

[동영상] 이렇게 사랑스럽고 철든 '랭보'라니 [통통TV]
(서울=연합뉴스) 송영인 기자 = 나풀거리는 머리와 단정한 옷매무새, 예쁘게 묶여있는 스카프는 마치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떠나온 행성에 홀로 피어있는 장미꽃을 염려할 것만 같은 섬세한 미소년 같은 '랭보'. 대학로 TOM관 무대 위에 올려진 손승원의 랭보는 한껏 사랑스럽습니다.
그런데, 185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진짜 아르투르 랭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시인으로 어릴 적부터 천재 시인으로 불렀던 인물. 사물을 꿰뚫어 보는 투시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제약과 통제에 저항하는 상황에 내던지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는 마약과 술을 가까이했고 '시인의 왕'이라 불린 폴 베를렌과 동성애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는 4년여간 시를 쓰다가 20살에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절필을 선언합니다. 이후 아프리카를 돌며 노동자, 용병, 무기 밀매상 등으로 살아가다 병을 얻고 37세에 생을 마감합니다.
랭보가 아프리카에서 보낸 시간과 그곳에서 느꼈을 생각은 그 시기에 남긴 시가 없기에 추측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뮤지컬 '랭보'는 그 시간에 집착하며 랭보가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전하려 애씁니다.
랭보의 어린 시절 친구 들라에와 랭보의 시를 높게 평가했던 옛 연인 베를렌은 아프리카에 남겨진 랭보의 마지막 시를 찾기 위해 떠납니다. 랭보가 남긴 일정 노트를 보고는 "랭보는 깨달은 거야. 이 삶 속에 진짜 시가 있다는 것을"이라고 외칩니다.
이어지는 뮤지컬 넘버 '초록'은 베를렌의 시 '초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윤희경 작가가 작품 전체의 주된 감정선을 이 시에 두고 작업했다고 말할 만큼 극 중 의미가 큰 곡입니다. 랭보는 아프리카에서 초록을 읽으며 "어떻게 이렇게 소박한 단어로 이런 아름다운 시를 쓰지"라며 감탄합니다. 거친 단어로 도발적인 시를 써 프랑스 문학 거장 앙드레 브르통으로부터 '시를 변혁했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던 랭보인데 말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뮤지컬이니까요.
이제, 관객들은 감동하기 위한 지름길로 들어갑니다. 랭보와 베를렌, 들라에는 아름다운 멜로디 위에 얹어진 '초록'을 합창하며 눈물짓고, 극은 대미를 장식할 엔딩 곡, 랭보의 '영원'으로 달려갑니다.
뮤지컬은 랭보의 방탕했던 어린 시절과 아프리카에서의 노동자의 삶, 병원에서의 고통스러웠던 마지막 시간 등 랭보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데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대신, 랭보와 베를렌이라는 두 캐릭터의 만남과 갈등, 헤어짐, 이후의 깨달음을 중점적으로 전개했습니다.
'소박한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쉽고 보편적인 주제를 관객에게 선물하기 위해 뮤지컬은 랭보의 삶을 '사랑스러운 철 없던 소년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과정'으로 치환했습니다.
드라마는 극적이었고, 세 배우의 가창력은 탄탄했으며 민찬홍 작곡가의 선율은 아름다웠습니다. 소극장이라는 한계에도 20여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노련한 연출이 극의 세련미를 더했습니다. 뮤지컬은 값어치를 한다고 할까요.
다만, 이 뮤지컬에 진짜 랭보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남습니다. 랭보를 추앙하는 수많은 아티스트, 예를 들면 짐 모리슨이 이 뮤지컬을 본다면 철이 들고 '깨달음의 아이콘'이 된 랭보에 여전히 박수를 보낼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손승원이 연기하는 새로운, 사랑스러운 랭보를 보고 싶다면 대학로로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년 1월 13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됩니다.
syip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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