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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린 전기보일러인데 가스경보기를 왜 설치합니까"

입력 2018-12-21 13:05   수정 2018-12-21 13:33

[르포] "우린 전기보일러인데 가스경보기를 왜 설치합니까"
"안전을 위해" 경보기 구매 나선 강릉 펜션들…일부 "필요 없어" 뒷짐
펜션사고 후 전국서 경보기 주문 폭주…경보기만 믿다간 '낭패' 지적도


(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서울 대성고 학생들의 '우정여행'을 산산조각낸 원인이 가스보일러에서 새어 나온 일산화탄소로 밝혀지면서 전국 펜션에서 가스누출경보기를 구매하는 등 안전장치 마련에 신경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가 지난 20일 사고가 일어난 강릉지역 펜션을 돌아다닌 결과 펜션들은 해돋이 '대목'을 앞두고 안전점검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우린 전기보일러니까 설치할 필요가 없다', '사고가 난 펜션 구조가 특이한 거지 가스가 방으로 들어갈 일이 없는데 경보기가 왜 필요하냐'는 등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해 안전이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기까지는 먼 것처럼 느껴졌다.

◇ 강릉 펜션들, 경보기 설치 필요성 공감…일부는 "왜 해야 하나" 반문
"너무 안타깝고 지금도 눈물이 나요…이번 사고로 걱정이 돼서 가스경보기 설치하려고요."
사고가 난 아라레이크 펜션 주변은 평일 오후인 탓인지 객실에 손님이 있는 펜션은 찾기 어려웠다.
주인들은 대부분 자리를 비웠고, 간혹 주인이 있더라도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에는 슬픔이 내려 앉아있었다.
사고 펜션 주변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 부부는 펜션 앞에 놓인 회색 액화석유가스(LPG)통을 옮기고 있었다.
남편이 펜션이 아닌 가정에서 사용하는 LP 가스통을 옮기는 사이 아내는 고무장갑을 낀 채 물청소를 하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부부는 눈물을 훔치며 "이틀 동안 숙박 손님을 아예 받지 않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애들 회복 소식 듣고 기운을 내서 오늘부터 손님 받으려고 청소를 시작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심야 전기보일러를 쓰기 때문에 그동안 가스경보기를 설치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을 위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라레이크 펜션처럼 가스보일러를 쓰는 인근 다른 펜션은 이미 경보기 10개를 주문했다.
이 펜션 주인은 "보일러실이 따로 있기 때문에 방으로 가스가 들어갈 일은 없지만, 경각심을 갖기 위해 경보기를 주문했다"며 "손님들이 안전하게 있다가 가는 게 중요한 만큼 안전 홍보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변 펜션 대부분 가스경보기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으나 일부 펜션은 각각의 이유로 "경보기가 왜 필요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 펜션 주인은 "보일러실이 따로 있는데 가스가 방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연통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외부로 나가 있는데 가스가 방으로 들어갑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주인은 "꼭 하라 그러면 몇푼 하지도 않는 거 달겠지만, 가스가 방에 들어갈 일이 없는데 설치를 왜 해야 하느냐"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보통 보일러는 보일러실에 따로 있으니 가스가 들어갈 일이 없다"는 말을 거듭하며 "대한민국에 그런 집(아라레이크 펜션)은 1만개 중 1개도 안 될 거다. 이상한 집 한 번 사고 나는 바람에 다른 집까지 다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혀를 찼다.
다른 펜션도 "저희는 가스를 놓지 않아서 괜찮다"며 "예전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라고 해서 했는데 담배 피우면 삑삑 소리 난다고 손님들이 시끄럽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하면서 경보기를 설치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강릉시에는 펜션 안전과 관련한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전국서 '가스경보기' 주문 폭주…"경보기만 믿다간 낭패"
"일산화탄소 경보기 판매 시작 이후 이렇게 단기간에 주문이 늘어난 건 처음입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사고 후 주문이 폭주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광명시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평소보다 판매량이 3∼4배 늘었다. 이번 사고 이후 유독 주문이 늘었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고양시 한 판매업체도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강릉 펜션사고 이후 전국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비슷한 사고를 여러 차례 봤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격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다양한 가정 안전용품을 판매하는 업체 역시 "주문량이 2∼3배는 늘었다. 다른 업체들도 주문이 폭주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이나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캠핑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가격대는 1만∼2만 원대로 다양하다. 가스난로 등 겨울철 난방용품 인근에 설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제품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릉 펜션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농어촌 민박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으나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의무 설치를 쉽게 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저렴한 제품은 센서 신뢰도가 낮고, 수명도 짧아 이를 믿고 있다가 더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일산화탄소 감지 센서의 공식 인정 기준 마련이 필요하고,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안정성이 확보된 기술 개발과 기기 보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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