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균이 유언 지키겠다"…비정규직, 대통령 면담 촉구 촛불행진(종합2보)

입력 2018-12-21 23:59  

"용균이 유언 지키겠다"…비정규직, 대통령 면담 촉구 촛불행진(종합2보)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내가 김용균이다' 외치며 비정규직 철폐 촉구
태안 발전소 노동자 앞에 선 구의역 노동자들 "현장에서 더 싸워야"
청와대 사랑채 앞 밤샘 농성 후 내일 범국민 추모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전명훈 기자 =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2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1천100만 비정규직 촛불 행진'을 벌였다.
촛불 행진에 앞서 오후 4시 30분께부터 속속 모이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행진 시작 때쯤 800명(경찰 추산)까지 늘었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대학원생 조교, 방과 후 강사 등 특수노동자, 마트 노동자, 방송 드라마 스태프, 환경미화원, 대리운전 노동자, 톨게이트 수납원, 학습지 교사 등 각 노동 현장의 비정규직들로 구성됐다.
100인 대표단은 고(故) 김용균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사망자의 상주라는 뜻에서 소복을 갖춰 입었다.
이들은 앞서 11일에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일은 고(故)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새벽녘 점검 업무 중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날이기도 하다. 김씨는 생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 파견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은 바 있다.
김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이날 촛불 행진에 참여한 이들도 김씨의 유언이라는 뜻에서 그가 들었던 손팻말을 들었다.
이날 촛불 행진 참가자들은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비정규직 철폐하자", "김용균의 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등 구호를 외쳤다.



기흥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유흥희 씨는 여는 발언에서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그의 죽음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며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수도 없이 많이 떨어져 죽고, 제철소에서도 형체도 없이 녹아서 죽는다"고 읍소했다.
유 씨는 "우리 비정규직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고, 죽어도 제대로 눈조차 편히 감을 수 없는 신세인가 보다"며 "비정규직은 계약해지라는 어마어마한 해고 위협에 하루하루 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처지로 마음 졸이면서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발전소에서 노동자가 땀과 피를 흘려야 전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먼저 간 우리 용균이는 그날 고된 업무를 했지만, 그 결과는 누군가의 빛으로 남아 소중하게 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비정규직은 죽음의 제도다. 우리의 행진은 생명의 행진이다"라며 "비정규직 제도가 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 수밖에 없는지 문 대통령에게 얘기하려고 한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100인 대표단과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촛불'이라고 적힌 약 4m 높이의 촛불 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을 이끌었다.



이들은 1개 차로만을 이용해 종각, 광화문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했다.
오후 6시 35분께 광화문 광장을 지날 때는 이곳에 마련된 김 씨의 분향소 옆에 잠시 서서 단체로 묵념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8시에는 '내가 김용균이다'를 주제로 촛불 추모제를 열었고 밤 10시부터 자정까지는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외주업체 직원 김 모(당시 19세) 군 동료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구의역 김군'과 같이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동료로 같이 일하다 긴 투쟁 끝에 올해 3월 정규직 지위를 얻은 윤형권씨는 투쟁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사회의 무관심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2016년 구의역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노동자가 아무리 떠들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작업환경도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잘 싸운 것이 아니라 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망 사고가 저희를 살렸다. 우리가 김군만큼 앞으로 현장에서 더 싸워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이들은 밤샘 농성을 하고 22일 범국민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한편 청년전태일,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노동자연대 학생 그룹 등 11개 단체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청년추모 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26일 '2차 청년추모의 날' 행사를 열고 전국에서 추모 행동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활동 계획을 밝혔다. 또 고인을 기리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추모글 1천개를 모아 청와대에 제출할 예정이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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