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크리스마스이브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입력 2018-12-25 13:39  

[르포] 크리스마스이브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났어요"
일산 아파트서 주민 2천여명이 모여 "메리 크리스마스"
입주민이 자발적 선물 기부…25명 부모가 산타로 변신
입주민 "지역사회의 아름다운 행사로 자리 잡길 바라"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크리스마스이브(24일) 저녁, 우리 아파트에 많은 산타가 나타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면 어떨까요?"
24일 오후 8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에듀포레 푸르지오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들이 산타를 기다리며 산책이 한창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흰 수염에 빨간 자루를 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25명이 곳곳에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산타할아버지, 2천여명의 아이와 부모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에게 안겨 선물도 받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1천여개 선물을 모두 나눠주는 데 당초 2시간을 계획했지만,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전체 1천690가구 중 71%인 1천200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이날 이 아파트 단지에 대규모 산타가 출동하게 된 것은 입주자 협의회 대표가 이달 초 입주민 소통 창구인 온라인 카페에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직장생활에 바빠 늘 미안한 아빠, 엄마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이브 날(24일) 저녁, 우리 아파트에 많은 산타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 빨간 자루에서 선물을 막 뿌린다면 아이들이 즐거워하지 않을까요?"라는 제안이었다.

입주민 동참이 필요한 사항이라 의견을 내보는 단계였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고 했다.
전체 입주 가구의 65%가 30∼40대로, 또래 어린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빠, 엄마를 비롯한 입주민들의 '동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막대 사탕 하나라도 나눠 먹으며 해맑게 웃는 우리 아이들 모습을 보면 어른들도 행복한 마음이 될 거라고…."
99개까지 늘어난 댓글에는 동참하고 싶다는 의견과 함께 아이들 간식을 기부하거나 산타복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줄을 이었다.
실제로 한 입주민이 커뮤니티 센터에 대형 트리를 기증했다.
또 아이들은 집에 장식하려고 준비해 뒀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나씩 남겨 오가며 달았다.
이를 시작으로 5벌의 산타복이 기증됐으며 협의회에서 추가로 20벌을 샀다.
선물을 후원하고 싶다는 입주민의 문의가 줄을 이어, 총 4회에 걸쳐 기부를 받았다.
사탕, 초콜릿, 젤리, 과자와 같은 아이들 간식과 음료, 문구류, 퍼즐, 모래시계, LED 팔찌, 미술놀이 세트, 장갑과 양말, 직접 만든 비누와 마카롱 등 선물만 낱개로 약 3천여개였다.
지난 23일 포장 도우미를 자처한 40여 명의 입주민이 커뮤니티 센터에 모여 학용품과 간식 비율을 맞춰 4∼5개 물품을 하나의 세트로 구성, 1천여 개 선물을 포장했다.

새로 이사 온 이웃이 모여 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담소도 나누고 차도 나눠 마시고, 부러진 지팡이 사탕도 나눠 먹으니 포장 과정 또한 하나의 잔치가 됐다.
행사 당일 산타들은 각자 배정받은 자리에서 아이들 나이에 맞는 선물을 전하고, 사진을 찍은 뒤 오후 9시가 넘어 본부가 설치된 커뮤니티 센터로 복귀했다.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오후 10시부터 커뮤니티 센터에서 선물 추첨 행사도 이어갔다.
기부받은 선물 중 희소성이 있거나 금액대가 높은 선물을 따로 추려 재밌고 간단한 게임을 통해 받아가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진 친구가 선물을 받고, 저학년 어린이들은 협의회 대표 아저씨와 가위바위보를 해 같은 것을 내는 친구가 선물을 받았다.
최준원 입주자 협의회 대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함께 참여,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만들었다"면서 "의견을 나누고 포장을 하며 이웃 간의 정 또한 쌓였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 비용을 들여 준비한 선물이지만 누구도 자신을 앞세우려 하지 않았고, 선물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지 않았다"면서 "이 행사가 지속해 지역사회의 아름다운 행사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n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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