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황금돼지해] ②친숙한 돼지 음식·지명 어떤 게 있나

입력 2018-12-27 06:19   수정 2018-12-27 08:50

[2019 황금돼지해] ②친숙한 돼지 음식·지명 어떤 게 있나
부산 돼지국밥, 제주 고기국수 등 유명…지명도 전국 각지 2천여개

(전국종합=연합뉴스) 다산과 풍요, 복을 상징하는 돼지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고 친숙한 동물이다.
돼지고기는 남녀노소 두루 즐겨 찾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6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맞아 음식, 지명 등 우리 생활 속 돼지를 찾아봤다.



◇ 두루 사랑받는 국민 식재료…돼지국밥, 고기국수, 병천순대 등 유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년 기준 한국의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1.3㎏다.
돼지고기(24.4㎏)가 가장 많고 닭고기(15.4㎏), 쇠고기(11.6㎏)가 뒤를 이었다.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돼지고기를 더 많이 섭취하고 닭고기와 쇠고기는 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목살 등의 부위를 불판에 올려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어도, 덩어리째 푹 삶아 보쌈을 해 먹어도 맛있다.
김치찌개, 두루치기, 감자탕 등 돼지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발달해 집집이 식탁에 오르고 식당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메뉴 가운데 하나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돼지국밥'이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부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부산 음식 생성과 변화'를 보면 돼지국밥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고기와 밥을 말아 먹는 것은 부산, 경상도 일대에만 널리 퍼져있는 식문화다.
1950∼60년대 급속히 확산한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중 피란민들이 소뼈 대신 그나마 구할 수 있었던 돼지 부산물로 설렁탕을 만들어 먹은 데서 뿌리내린 것으로도 본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 제15권 '돼지고기 열전'에서 "소 사골로 끓인 설렁탕이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은 맛"이라고 표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변호인'에서도 배우 송강호 씨가 돼지국밥을 한 그릇 뚝딱 먹는 모습이 인기를 끌면서 유명세를 더하기도 했다.



흑돼지의 고장 제주에서는 고기국수와 돔베고기가 유명하다.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 7선에 선정될 정도로 도민과 관광객 등에게 널리 사랑받는 고기국수는 돼지 뼈나 멸치 등을 우려낸 육수를 국물로 쓰며, 적당한 굵기의 면에 돼지고기 수육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음식이다.
고기국수는 예전부터 결혼식 등 대소사에 돼지를 잡아 고기와 국 등을 손님에게 대접하는 문화가 있는 제주에 일제강점기 건면이 들어오면서 애용 음식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시 삼성혈 인근에는 국수 가게가 몰려있는 '국수 거리'가 형성돼 있다. 한라산 남쪽 서귀포 지역에선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 고기국수를 대접하기도 한다.
돼지고기 수육은 '돔베(도마)고기'로도 맛볼 수 있다. 먹기 좋게 썬 돼지고기를 도마째로 올려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품질과 맛이 뛰어나 별다른 조리 없이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멜젓(멸치젓갈)을 끓여 잘 구워진 고기를 찍어서 먹으면 고소함이 몇 배로 커진다. 고기를 두툼한 덩어리째로 불판에 올려 구운 뒤 먹기 좋게 잘라 먹는 '근고기' 식당도 많이 있다.



돼지 창자를 사용해 만드는 순대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충남 천안시 병천면은 특히 배추·양파·당면 등을 넣어 부드러운 돼지 소창을 사용해 만든 병천순대로 유명하다.
1960년대에 병천면에 돼지고기를 취급하던 햄 공장이 생긴 후 아우내 장터에 순대가 본격적으로 보급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주민들이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 소창에 각종 채소와 선지를 넣어서 먹음직스럽게 순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 강화도에서는 돼지고기로 만드는 '젓국 갈비'가 향토 음식으로 유명하다.
강화군에 따르면 젓국 갈비의 유래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232년 몽골군을 피해 급작스럽게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도로 옮기면서 왕이 먹을 수라를 차려내기도 어려웠는데, 이때 강화도 백성들이 고민 끝에 지역 특산물을 모아 만들어 진상한 것이 바로 젓국 갈비다.
젓국갈비는 핏물을 뺀 돼지 생갈비를 끓인 뒤 다시마, 양파, 멸치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배추, 감자, 각종 버섯과 함께 끓여내 만든다. 간은 반드시 강화도 특산품인 새우젓으로 맞췄다. 감칠맛이 느껴지는 육수에 깔끔한 돼지고기 맛이 특징이다.
최근 인기 TV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에서 젓국갈비를 소개하는 등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 돼지 담긴 지명 전국 각지에 2천여개…곳곳마다 흘러넘치는 돼지 전설
돼지는 전국 각지의 지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강원도 양구군의 중앙 동북부에 위치한 '해안면'(亥安面)에는 돼지와 얽힌 이야기가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지역명은 원래 바다 해(海)를 써서 해안(海安)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 뱀이 많아서 주민 왕래에 큰 지장을 주자 한 스님이 돼지(亥)가 뱀과 상극이니 지명도 '해안(亥安)'으로 고치고 돼지를 많이 기를 것을 권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를 따르자 감쪽같이 뱀이 사라졌다고 한다.
옛날에 '해안(海安)'이라고 했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이 일대 산 중턱에서 조개껍데기가 발견돼 과거 이곳에 넓은 호수가 있었고 이 때문에 바다 '해(海)'자를 썼을 것으로 추측한다.
한돈 브랜드로 유명한 도드람 양돈농협 본사가 있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있는 '도드람산'은 돼지가 효자를 구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옛날 홀어머니를 모시던 아들이 절벽에서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약초를 캐다가 돼지 울음소리를 듣고 올라왔는데 밧줄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는 것이다. 돼지 울음소리가 아들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이 전설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산 이름을 '돝울음산', '도두름산', '도드람산' 등으로 불렀다. 돼지가 운 산이라고 해서 저명산(猪鳴山)이라 하기도 한다.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에는 돼지와 관련된 지명 가운데 가장 이름이 긴 곳으로 알려진 골짜기가 있다. '도야지둥그러죽은골'이라는 지명으로, 산이 험해 돼지가 굴러떨어져 죽은 곳이라는 뜻이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지명도 돼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중앙에 큰 못이 있는데 과거 멧돼지(산돗)가 이 물을 먹고 살았다 해서 돗드르 또는 저평리(猪坪里)라고 불리다가 이후 토평리로 호칭했다고 한다.
서귀포 돈내코 역시 멧돼지들이 물을 먹던 내(川)의 코(입구, 길목)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돼지해(을해년)를 앞두고 한국땅이름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돼지와 관련이 있는 지명이 전국적으로 2천여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흔한 지명은 전국 82곳에 산재한 '돼지골'이었으며 이어 돼지바우(58곳), 도야지배미(11곳), 돼지고개(10곳) 등이었다.
제사 지낼 때 돼지 목을 자른 곳이라는 '돼지목자른만댕이'(경남 창녕군 고암면 감리), 향교에서 제사 지낼 때 쓰던 '돼지무덤'(전북 남원군 운봉면 공안리), 멧돼지가 많이 잡혀 죽은 곳이라는 '돝죽은산밭'(제주시 회천동) 등도 특이한 지명이다.
돼지 귀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의 돝귀동(猪耳洞), 멧돼지가 살던 골짜기였던 까닭에 붙여진 전남 승주군 해룡면 농주리의 돝골(猪谷) 등도 있다.



지형이 돼지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명을 딴 곳도 많다.
경남 마산만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인 돝섬은 돼지가 누운 모습과 비슷해 이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대문장가인 최치원이 황금돼지를 화살로 쏘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고성군에는 돼지가 엎드려 있는 형상을 한 섬인 저도(猪島)가 있다.
제주시 구좌읍에도 지형이 돼지를 닮아 돝오름(猪岳)이라고 이름 붙여진 오름이 있다.
(이재현 박주영 최해민 최은지 차근호 전지혜 기자)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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