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재질별 색상 변화 비교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황남대총과 금관총 등 경주 신라 고분에서 출토한 비단벌레 장식 유물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비단벌레 변색 현상의 원인이 철 산화물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31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이승은 학예연구사와 정국희·이승렬 학예연구원은 신라 비단벌레 유물의 변색과 흑화(黑化)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딱정벌레목 비단벌렛과에 속하는 곤충인 비단벌레는 동아시아 따뜻한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전남 완도나 해남 등지에 산다고 알려졌다.
녹색이나 갈색인 몸에서 화려한 광택이 나는데, 특히 날개 빛깔이 아름다워 신라시대 투조(透彫·금속판 일부를 도려내는 것) 장식품에 사용됐다.
경주에서 발견된 신라 비단벌레 장식 유물은 20여 건으로, 제작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마구(馬具)다. 황남대총 남분에서 나온 일부 마구는 수습 직후 글리세린에 넣어 지금까지 보관해 특유의 색이 유지됐으나, 나머지는 변색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비단벌레 장식 유물을 살펴 형태와 재질을 기준으로 크게 5종류로 분류했다. 그중 네 가지는 평면이고, 하나는 원형이다.
평면형 유물은 비단벌레를 기준으로 상부는 모두 금동이나, 아래쪽은 재질이 모두 다르다. 하부 재질은 철, 목재와 금동, 동, 직물이다. 원형 유물은 목재 바깥쪽을 비단벌레로 감싸고, 그 위에 금동을 얹었다.
현미경으로 비단벌레를 들여다본 연구팀은 "금동이나 동에 부착한 비단벌레는 갈색과 녹색이 남아있었으며, 색상 구조는 안정적인 편"이라며 "비단벌레 날개의 강모(剛毛·굳고 거센 털) 홈 중앙에서 갈라짐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철에 부착한 비단벌레는 녹색과 갈색 구분이 어렵고, 전체적으로 옅은 녹색이나 검은색으로 보였다.
연구팀은 "철제 장식 비단벌레는 금동제 장식 비단벌레와 비교했을 때 섬유질이 상대적으로 열화(劣化)되고 떨어져 나가거나 들뜬 현상이 확인된다"며 "철제 부식물 가운데 비단벌레 표면을 매우 약하게 하는 물질이 있다고 추측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철제 부식물이 비단벌레를 변색한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X선 형광분석기(XRF)로 금속 성분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금동제는 구리 성분이 대부분 90%를 넘었고, 철은 5%가 되지 않았다. 반면 철제는 철이 90% 안팎이고, 구리가 소량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는 출토한 비단벌레 장식품 보존과 변색에 관한 기초 연구"라며 "비단벌레 손상 원인을 정확히 알려면 더욱 다양한 연구 실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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