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 의문사 진상 밝혀라"…보스니아, 시위 격화

입력 2019-01-01 01:59  

"20대 청년 의문사 진상 밝혀라"…보스니아, 시위 격화
보스니아 내전 이후 최초로 새해 전야 공연 취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반도에 위치한 국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에서 9개월 전 숨진 채로 발견된 20대 청년의 의문사를 둘러싼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시위의 진원지인 보스니아 북서부의 도시 바냐 루카에서는 이 여파로 1992∼1995년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 이후 처음으로 새해 전야 공연이 전격 취소됐다.
바냐 루카는 보스니아를 구성하는 두 하위 체제 중 하나인 스르프스카 공화국(RS)의 수도로,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고르 라도이치치 바냐 루카 시장은 31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요 사태를 우려해 이날 밤으로 예정된 새해 전야 공연들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냐 루카는 내전 이래 처음으로 새해를 맞는 자정에 침묵하게 될 것"이라며 시위대에 책임을 돌렸다.
바냐 루카에서는 전날인 30일 주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지난 3월 바냐 루카의 한 하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21세의 청년 다비드 드라기체비치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펼친 바 있다.
시위대는 이날 드라기체비치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은폐하는 데 책임이 있다며 내무장관과 경찰 관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했다.
특수 경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해산시키는 한편 일부 참가자들을 구금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무대와 집기 등이 망가지며 이날 시내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지역 스타 가수의 공연도 함께 무산됐다.
현지 경찰은 당초 다르기체비치가 자살했다고 발표했다가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유가족이 경찰의 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의문을 제기하자 타살 가능성을 인정하며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용의자는 검거되지 못했다.
드라기체비치의 아버지인 다보르는 경찰이 아들 죽음의 용의자를 비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아들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시내 중심 광장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해 왔다.
공권력에 맞서 아들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애끊는 부정은 정치권에 만연한 부정부패,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에 신음하는 보스니아 시민들의 분노에 도화선을 당기는 역할을 했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다보르에 연대를 표명하는 시위가 속속 이어지고 있고, 다비드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부를 성토하는 외침이 섞이며 시위는 점점 위력을 더하는 형국이다.
한편,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로 구성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BiH)과 스르프스카 공화국(RS)을 아우르는 보스니아 중앙정부의 대통령 위원 3인 중 1명인 세르비아계 밀로라드 도디크 대통령 위원은 "시위대가 선을 넘었다"며 시위대에 엄정 대처할 것을 경찰에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다보르를 포함해 전날 벌어진 격렬한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사람들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다보르가 '다비드를 위한 정의'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시위가 불법 행위로 점철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집회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방침도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