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만 바꿔도 토종 돌고래 상괭이 매년 1천마리 살린다

입력 2019-01-04 10:44  

그물만 바꿔도 토종 돌고래 상괭이 매년 1천마리 살린다
수산과학원 그물 갇힌 상괭이 탈출장치 적정 크기 밝혀내
미국 '고래류 혼획 어업 수산물 수입금지' 대비 위해서도 보급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매년 그물에 갇혀 죽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안강망 어구에 갇힌 상괭이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는 탈출장치 유도망의 적절한 그물코 크기를 찾아냈다고 4일 밝혔다.
수산과학원은 2016년부터 상괭이 탈출장치를 연구해 왔으며, 이번에 이 장치의 핵심인 유도망의 그물코 크기가 300~370㎜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상괭이 탈출용 그물은 기존 해파리 방지 그물을 개량한 것이다.
입구 폭이 10여m, 길이가 90m가량인 안강망 그물 안쪽에 물고기는 통과하되 몸집이 큰 대형 해파리나 상괭이는 들어갈 수 없도록 속 그물로 가로막은 형태이다.
이 그물은 상괭이가 들어가더라도 물살에 의해 물고기와 함께 안쪽 깊숙이 빨려 들어가지 않고 중간에 있는 탈출 구멍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상괭이는 평소 1분에 2~3회 물 위로 나와 호흡하고 먹이를 잡을 때는 최장 4분까지 잠수하지만, 그물에 걸리면 빠져나오지 못해 죽을 수밖에 없다.
유도망 그물코가 작을수록 어린 상괭이가 혼획될 확률이 낮아지지만, 유도망을 통과해 어획되는 물고기도 작아져 조업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상괭이를 보호하고 어획 손실을 최소화하는 그물 개발이 과제였는데 이번에 해답을 찾았다.
쇠돌고래 일종으로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해가 최대 서식지로 알려진 국제보호종이지만 고기잡이 그물에 걸리는 혼획 때문에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박겸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처음 조사 때 3만6천 마리로 추정됐던 개체 수가 2011년에는 1만3천 마리로 급감했다.

게다가 해마다 평균 1천200여 마리가 그물에 걸리거나 갇혀 죽고 있어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멸종위기로 이어질 우려마저 제기된다.
매년 폐사하는 상괭이 가운데 약 83%는 서해 안강망 그물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안강망 그물만 바꿔도 매년 1천 마리 이상을 살릴 수 있다.
실제로 수산과학원이 2016년 충남 서천군 한 어촌계 협조를 받아 안강망 어선 20척 가운데 2척에 상괭이 탈출장치를 갖춘 그물을 시험 보급한 결과 그물에 갇혀 죽는 상괭이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이 그물을 어업 현장에 보급하는 것이다.
어민들은 상괭이 탈출용 그물을 사용하면 큰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등 어획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상괭이는 국제 멸종위기종이어서 건강한 해양생태계 유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수산물의 미국 수출을 위해서도 정부의 보호 정책과 어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라 2022년부터 상괭이 등 해양 포유류가 혼획되는 어업으로 생산한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할 예정이다.
관련 법안은 2017년 1월 1일 발효됐으며, 2021년까지 어획 방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적합성 인증을 받아야 우리나라 수산물의 미국 수출이 가능하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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