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기사 이오르더케스쿠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루마니아 수도의 건축 유산을 독재자의 '불도저'로부터 지켜낸 토목기사 에우제니우 이오르더케스쿠가 이달 4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6일(부쿠레슈티 현지시간) 전했다. 향년 89세.
1971년 북한을 방문한 루마니아 공산주의 정권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계획도시' 평양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1977년 대지진 후 차우셰스쿠는 평양을 본떠 수도 부쿠레슈티를 사회주의 이상이 구현된 계획도시로 재건하기로 결심했다.
이 구상에 따라 정권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7년 혁명 전까지 부쿠레슈티 건물 수천동을 갈아엎었다.
유서 깊은 루마니아 정교회의 교회당과 수도원 등 건축 유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쿠레슈티에서 교회당만 24곳이 공산정권의 불도저에 돌무더기로 변했다.
루마니아 정교회는 이를 저지하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우셰스쿠 정권의 '살생부'에 오른 유산을 지켜낸 이가 도시계획에 고용된 토목기사 이오르더케스쿠다.
그는 건축물을 통째로 들어 올려 콘크리트 받침 위에 올리고, 레일을 깔아 몇백m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방식을 고안했다.
이오르더스쿠는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웨이터가 잔으로 가득한 쟁반을 옮기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회고하면서, "몇달간 머리를 쥐어짠 끝에 신이 길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16세기의 미하이 보더 교회(수도원)와 18세기 스키툴 마이칠로르 교회뿐만 아니라 보전 가치가 있는 은행과 아파트 등 건축물 29건을 옮겼다.
그의 공로가 알려져 이오르더케스쿠에게는 루마니아 교회의 '수호천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6년 루마니아 정교회는 평신도에게 주는 최고 영예인 '총대주교 십자장(章)'을 그에게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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