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당초 예정된 중동 순방 일정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이라크 바그다드와 쿠르드족 거점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순방 이틀째인 이날 바그다드에 들러 이라크 정부 요인들과 회담하고 이어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쿠르드족 준자치구의 중심 도시인 아르빌로 이동했다.
그의 순방은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 발표로 동요하는 역내 동맹국들을 달래려는 의도로 이뤄진 것이다. 미군 철수가 중동을 포기하거나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동맹국들의 우려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순방을 통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로 인해 이란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은 계속 견제하겠다는 입장도 아울러 강조하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라크를 불시에 방문한 것은 2주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의 미군 기지만 3시간 방문하고 떠난 데 대해 이라크 정치권의 불만이 비등한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바그다드에서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 바르함 살리 대통령, 무함마드 알할부시 의회 의장 등 이라크 정계 고위인사를 두루 만났고 이들에게 미군 철수에 따른 대테러 전략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란의 위협을 부각하면서 미국의 대이란 적대 정책에 이라크 정부의 동참도 요구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란에 맞선 싸움은 실제 일어나는 일이며 그 중요성을 이라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직후 국내 정치권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주장이 불거진 데 대해 이라크는 "미국의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이라면서 "지난 수년간 미국이 제공한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 8년만인 지난 2011년 철군했으나 2014년 IS 세력이 이라크 북부 지역을 휩쓸자 수천명의 병력을 다시 파견한 상태로, 주둔 병력은 현재 5천200명 정도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아르빌에서 쿠르드족 자치정부 요인들과도 회동했고 현지에서 시리아 주둔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IS를 상대로 미군과 함께 싸운 쿠르드족 무장조직이 보호받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현지에서 기자들을 마주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은 우리와 함께 싸운 사람들이며 우리와 함께 싸운 이들이 보호받도록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덧붙여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고 그런 사정을 잘 이해한다"고 밝히고 "우리는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마찰이 있다면 제임스 제프리 미국 시리아 담당 특사가 터키, 쿠르드족 관계자들과 가질 회담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르드족 보호를 강조한 폼페이오 장관의 언명은 앞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힌 입장과 유사한 것이다. 며칠전 터키를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미군이 철수하더라도 쿠르드족 무장조직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무장조직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미군이 떠나면 이들을 소탕하겠다고 하면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태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밤 이라크를 떠나 이집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 오만, 쿠웨이트도 순방한다.
폼페이오, 바그다드 방문…이라크 '美·이란 줄타기' 주목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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