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갖가지 바이러스에 공통으로 효과가 있는 물질을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어려운 일이다.
독감에서 중동호흡기증군(MERS)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물질(broad-spectrum antiviral)이 홍콩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고 AFP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홍콩 대학의 웬콕윙(Yuen Kwok-yung) 미생물학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이 광범위 항바이러스 물질(AM580)은 2년에 걸친 쥐 실험에서 독감 바이러스(H1N1, H5N1, H7N9 등), 중동호흡기증후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지카 바이러스,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 71 등 광범위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항바이러스 물질은 내성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 공격을 피하고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방산(fatty acid)을 활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웬 교수는 밝혔다.
한마디로 바이러스를 굶겨 죽이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돼지, 영장류 등 각종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는 최대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이 항바이러스 물질은 그 유도체(derivative)가 이미 일본에서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어 사람에 사용해도 그리 큰 독성은 없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바이러스 전문학자인 벤저민 뉴먼 박사는 바이러스는 오로지 숙주 세포로부터 훔친 영양소를 먹고 살아간다면서 최근의 연구결과는 바이러스 감염 세포에 대한 지질(lipid) 공급 차단이 갖가지 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항암 화학요법이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정상 세포에 까지 해를 미치는 것처럼 AM580 같은 항바이러스 물질은 바이러스를 굶기기 위해 세포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상된 세포는 회복할 수 있겠지만 이런 물질은 사용 방법과 시기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그는 뉴먼 박사는 강조했다.
웬 박사 연구팀은 AM580을 미국에 특허 출원한 상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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