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복합갈등' 해법없나…"안보·역사 분리"·"정상 나서야"

입력 2019-01-24 17:35  

한일 '복합갈등' 해법없나…"안보·역사 분리"·"정상 나서야"
대법 징용배상 판결-근접비행 '양갈래 갈등' 전문가 진단·제언
"韓군함활동, 정당한 '영역관리 활동'이라고 분명히 밝혀야"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이상현 기자 =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초계기의 우리 함정에 대한 저공근접비행에 따른 양국 간 '복합'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국방·외교 전문가들은 안보와 역사 문제의 분리 대응, 정상 간 큰 틀에서의 해결 등을 주문했다.
24일 연합뉴스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한일이 국내정치 차원에서 사안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일본의 잘못을 지적할 것은 명확히 하되 역사와 안보 이슈를 분리해 냉정하게 사안에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또 한일 양국 정상이 올해 6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마주 앉아 큰 틀에서의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 빠른 시간 내 한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상회담을 해서 양국 관계를 풀어야 한다. 일본 내에도 위안부 재단 해산과 일제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반한(反韓) 감정이 강하다. 이런 일련의 사태로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 일본 정치인들이 반한 감정을 더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은 일본이 (자기들이 볼 때는) 적당한 구실로 한국에 대한 '분풀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1차적으로 해야할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동영상 등 자료를 정리해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보여주고, 미국이 중재하라고 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해상에서 충돌하면 미국에도 좋을 것이 없으니 중재를 요청하는 취지다.
우리가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대해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면 역풍이 풀 수 있다. 이것은 자위권을 행사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자위권을 행사하면 일본은 반한 감정을 더 부추길 것이다. 우리가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관리하는 가운데 미측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 다음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 = 양국 간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데 해결되지 않고 쌓인다. 일본은 굉장히 심각하게 인지하는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우리는 인식이 덜한 것 같다. 일본에 역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협력할 부분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나 화해·치유재단은 역사 사안이고, 초계기 근접비행은 안보 부분인 만큼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본 측의 잘못이 있는 경우 명확히 얘기해야겠지만, 이런 사안이 안보협력이나 한미일 공조에 방해 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정확한 메시지도 줘야 한다. 당분간 감정의 골이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단기적으로 올해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때도 새로운 진전이 없다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상황이 악화하면 일본에서도 관세·비자 관련 강경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실질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면 일본도 피해를 받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등 동북아 차원에서 우리 정부의 각종 정책에 일본이 협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큰 그림을 그려 양국 협력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 김진형 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예비역 해군 소장) = 일본이 동해와 이어도 근해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해양영토 확장과 결부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베 정권의 해양영토 확장 의지 속에 자국민이 한국을 그 방해 세력으로 간주하게끔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활동하는 한국 군함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EEZ 내 타국 함정도 무해통항권을 가지고 있지만, EEZ 관할국이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어선 구조 작전을 하던 해역은 일본의 EEZ가 아니다. 한일 중첩수역으로 아직 EEZ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해역이다. 이건 군사적 문제를 떠나 일본이 남방해역을 포함해 해양 영토에 대한 우위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의 남중국해 정책을 우려하는 미국은 일본이 해양 영토를 확장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행태는 고도의 군사외교 전략으로 봐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이번에 일본과 갈등을 빚은 동해와 남해에서의 우리 군함의 활동은 우리 작전해역 안에서 이뤄진 정당한 '영역관리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일본에는 한일 협의 채널을 통해 '양국 간 신뢰관계를 말하면서 이런 일이 있어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 하종문 한신대 교수 = 양국의 국내 정치적 맥락이 부각이 되면서 일본과 한국이 각자 입장에서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해·치유재단 사안이나 징용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이 요구한 '정부간 협의'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이달말 내지 다음 달까지 상황에 큰 변화는 없지 않을까한다. 다만 지금도 국내 정치를 고려하되 직접적인 격돌은 가급적 피하자는 정도의 공감대는 양측에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 등에 대해 경제적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차원이 있었지만 일본이 그런 조치를 하게 되면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것인 만큼 맥락이 다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북미정상회담이 추진되면서 일본 쪽에서는 다시 '재팬패싱'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북일 간 납치 문제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북일수교 등에서 한국이 중재자가 될 수 있다면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hojun@yna.co.kr,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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