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트렌드 비낀 차선책 담다…KBS '풍상씨'

입력 2019-01-26 06:00  

위기 속 트렌드 비낀 차선책 담다…KBS '풍상씨'
뛰어난 만듦새…혁신 아닌 익숙함에 의존한 결과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상파 위기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위기에 빠진 KBS는 트렌드에서 비껴있는 걸 알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고 익숙한 것을 선택했다.
KBS 2TV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이하 '풍상씨')에는 혁신의 시대, 변화보다 익숙함을 택한 KBS 속사정이 담겼다.


◇ 막장 인생? 알고 보니 상처 입은 '우리 가족'
'풍상씨'는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드라마다. 이는 대본 집필을 맡은 문영남 작가가 '왕가네 식구들'(2013∼2014), '수상한 삼형제'(2009∼2010), '소문난 칠공주'(2006) 같은 히트작들을 통해 연일 강조한 주제기도 하다.
'막장 대모'라는 별명답게 문 작가가 하나둘씩 내놓는 '풍상씨' 캐릭터 중 평범한 사람은 없다. 비교적 철이 든 막내 외상(이창엽 분)마저 조직폭력배와 연루됐다.
처음엔 콩가루 집안의 막장 같아 보이던 인생들이 알고 보니 숨은 상처를 하나씩 안고 있고, 감춰진 사연을 적절한 때에 하나씩 공개하는 작가 솜씨는 '역시 문영남'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골칫덩어리가 이렇게 많은데도 이 드라마에서 욕을 먹어 마땅한 사람은 피붙이들을 버리고 달아난 풍상 형제들의 친엄마 노양심(이보희 분) 정도다.
예컨대 철부지 화상(이시영 분)이 막내를 돌보느라 집안일만 했고, 공부 잘하는 언니 때문에 대학을 가지 못해 '못 배운 서러움'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극 중반에 가서야 화상의 입을 통해 새롭게 드러난다.
시청자는 그 누군가가 아무리 막장 같은 사고를 쳐도 그게 100% 어느 사람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교훈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팍팍한 세상 속 서로를 보듬고 가야만 하는 운명공동체, '가족'의 의미는 한층 분명해진다.
제작진은 기획 의도에서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를 묻겠다고 했지만, 문 작가가 주말 통속극에서 뛰어난 필력으로 오래전부터 강조했듯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족은 힘이다.


◇ 만듦새 빼어나지만 혁신 아닌 익숙함에 의존
'풍상씨'는 지상파 방송 KBS가 드라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우수한 제작 인력과 대본을 종편과 케이블에 뺏긴 상황에서 'KBS가 이제까지 해왔고, 바로 그랬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끌어모은 결과물이 '풍상씨'인 셈이다.
이는 '풍상씨'와 같이 막장 코드를 공유하지만 판이한 JTBC 'SKY 캐슬'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SKY 캐슬'이 영화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와이드스크린(21:9) 화면비를 채택하고 인물을 프레임 구석으로 모는 구도로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풍상씨'는 화면 대부분이 대사를 치는 배우의 클로즈업으로 채워 비교적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극 서사가 인물 행동보다는 대사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이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르극이 아니라 '집안일 하면서 그냥 틀어놓기만 해도 괜찮은' 2010년대 이전 한국 드라마 특징이기도 하다.
주제곡 쓰임에서도 두 드라마는 차이가 극명하다.
'SKY 캐슬'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의 주제곡 'We all lie'('위 올 라이')로 시청자들을 홀린다면, '풍상씨'는 조용필 히트곡 '꿈'을 리메이크했다. '풍상씨'는 분명 잘 만든 드라마지만 이 만듦새는 혁신이 아닌 익숙함에 기댄다.
따라서 '풍상씨'가 드러내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 위기다.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차마 시도하지 못하고, 대신 지금껏 잘한 것에 집중하자는 '풍상씨'가 재밌으면서도 위태로운 이유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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