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프로 진출 꿈 이룬 나아름 "사이클 개척자 되겠다"

입력 2019-01-31 14:10  

유럽프로 진출 꿈 이룬 나아름 "사이클 개척자 되겠다"
이탈리아 알레-치폴리니, SNS로 나아름에 먼저 연락
"축구 박지성·야구 박찬호처럼 사이클 길 열고 싶어"


(진천=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소셜미디어(SNS) 쪽지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어요. 장난인 줄 알고 답을 안 했죠. 그런데 또 연락이 왔더라고요. '궁금한 거나 물어보자'는 마음으로 답장했는데, 이렇게 입단을 하게 됐네요."
한국 사이클 간판 나아름(29)이 밝힌 이탈리아 여자프로사이클팀 '알레-치폴리니'에 입단 스토리다.
나아름은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로 알레-치폴리니 측의 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나아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으로 바빴고, SNS를 자주 하는 편도 아니어서 쪽지는 한동안 방치돼 있었다.
그해 12월, 알레-치폴리니는 다시 나아름에게 쪽지를 보냈다. 두 차례에 걸친 적극적인 영입 시도에 나아름의 마음이 움직였다. 게다가 유럽 프로팀은 사이클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나아름은 '더 늦기 전에 도전하자'는 생각에 답장을 보냈다.
지난 29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나아름은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다. 직접 이탈리아에 가봐야 확 와닿을 거 같다"고 말했다.



알레-치폴리니는 2011년 창단된 프로 도로 사이클팀으로, 창단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톱5'에 드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국 선수의 세계적인 프로팀 입단은 2012년 호주 '오리카'에 입단한 구성은(34) 이후 나아름이 두 번째다.
구성은의 해외 진출에는 대한자전거연맹과 국제자전거연맹(UCI)의 도움이 컸다. 나아름의 경우는 해외팀에서 먼저 선수 개인에게 먼저 관심을 보이고 영입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축구 박지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일이 사이클에서 일어난 것인가?'라는 물음에 나아름은 "음, 그런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사이클 국가대표팀의 김형일 지도자는 "'개척자' 의미를 살린다면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진출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름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도로와 도로독주, 단체추발, 매디슨까지 4개 종목에서 우승하며 한국 사이클 사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국 사이클 여왕으로 떠올랐다.
나아름은 "유럽 프로팀 선수들은 유튜브에서나 봤다. 뭔가 큰 벽 같았고,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12월 영국에서 열린 트랙 월드컵 대회에 이탈리아 프로팀 매니저분이 계약서를 들고 오시다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5년 전까지 '내 꿈은 프로팀에 가는 거야'란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내가 그 꿈을 잊고 살았더라. 꿈을 이루니 지인들도 많이 축하해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이제 나아름은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프로팀만 출전할 수 있는 도로 사이클 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계약 기간은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다.
그러나 나아름은 올해 알레-치폴리니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국내 소속 팀인 상주시청과 국가대표팀에서도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해외 투어 대회에는 5월과 7∼8월 출전하고, 3∼4월과 6월, 9∼10월에는 상주시청 소속으로 국내 대회에 나간다. 또 국가대표로서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한 담금질도 멈추지 않는다.
1년 동안 3개의 팀 일정을 모두 소화해야 하므로 몸이 세 개라도 모자란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나아름은 "내가 꿈꾸던 일이다. '내게 어떻게 주어진 기회인데 왜 못 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의욕을 보였다.
또 3개 팀에서 모두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상주시청 팀에 고마움을 전했다.
나아름은 "전제효 상주시청 감독님의 배려가 없었다면 계약이 이뤄질 수도 없었다. 감독님 덕분에 알레-치폴리니와 일정을 원만히 협의했다. 국내 대회와 유럽 대회 모두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올 시즌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책임감도 크다.
나아름은 프로 대회에서 '한국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길을 잘 닦으면 한국 사이클의 장래가 더욱 밝아질 수 있다는 희망도 품는다.
나아름은 "저도 해외 진출은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했고, 다른 선수들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 저는 닫혀있던 문을 열고 방향도 모르는 길을 가는 것 같다"며 "제가 길을 잘 찾아 놓으면 후배들도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도전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한국 사이클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사실 저도 무섭거든요. 뭔가 보이지 않는 길을 혼자 막 찾아가야 하잖아요. 하지만 잘 참고 열심히 할 거예요. 한국 사이클의 미래를 위해"라고 강조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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