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로·마왕·레퀴엠…'SKY 캐슬'이 배합한 클래식

입력 2019-02-02 07:01   수정 2019-02-02 10:11

볼레로·마왕·레퀴엠…'SKY 캐슬'이 배합한 클래식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1일 화제 속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다른 드라마와 달리 정통 클래식 음악을 주요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는 점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의 '결정적 장면'에 쓰인 클래식 음악들은 상류층 학부모들의 비정상적 백태를 다룬 이 드라마에 세련됨과 긴장감, 다양한 해석의 맛을 동시에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SKY 캐슬' 김태성 음악감독은 "클래식 음악이 지닌 독창적이고도 입체적인 서브 텍스트(숨겨진 의미나 개념)가 드라마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슈베르트의 '마왕'은 입시 코디 김주영 선생(김서형 분)의 테마곡처럼 쓰이며 베일에 싸인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왕'은 슈베르트가 18세 때 괴테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가곡이다.
한밤중 아버지가 아픈 아들을 살리기 위해 말을 타고 집으로 달려가는 이야기가 말발굽 소리를 묘사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긴박하게 전개된다.
아버지는 자꾸만 마왕이 보인다며 떠는 아들을 달래며 급히 말을 달려보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마왕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하고 숨져있다.
아픈 아들은 입시 전쟁을 치르는 학생을, 아이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마왕은 김주영 선생을, 마왕의 유혹을 애써 부인하는 아버지는 학부모를 은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래 마왕 역은 묵직한 음색의 바리톤이 주로 부르지만, 드라마에서는 소프라노 목소리로 김주영 선생과의 연관성을 높였다.


라벨의 '볼레로'는 '피라미드 맨 꼭대기' 밖에 모르는 차민혁(김병철 분)의 테마곡처럼 쓰였다.
이 곡은 끊임없이 반복하는 리듬과 선율 위에 새로운 악기들이 계속 더해지다가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클라이맥스서 갑작스럽게 종료되는 독특한 곡이다.
피라미드 정점을 향해 달리지만, 결국엔 무너지고야 마는 차민혁과 맞닿는다. 강박적으로 이어지는 규칙적인 리듬과 선율도 차민혁의 성격과 닮아있다.
차민혁 아내 노승혜(윤세아 분)가 아이들 공부방을 망치로 깨부수는 장면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울려 퍼진다.
슈트라우스가 니체의 동명 저서를 읽고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공상과학(SF) 영화의 바이블로 통하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삽입돼 우주가 깨어나는 듯한 장엄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끌어낸 곡으로도 잘 알려졌다.
노승혜가 갈라진 공부방 벽 틈새로 밝은 빛을 접하는 장면에서 이 찬란한 선율이 쓰이며 해방의 후련함과 새로운 도약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여러 죽음이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선 '레퀴엠'도 들린다. '레퀴엠'이란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
김주영의 딸 K(케이)와 자신이 먹을 카레 밥상에 독약을 타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자비로운 예수'도 레퀴엠 곡이다. 차민혁의 사회적 죽음과도 같던 독서 모임 해체 장면에서는 모차르트 '레퀴엠'이 쓰였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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