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받은게 3주전인데…제주4·3 수형피해자 현창용옹 별세

입력 2019-02-10 16:23  

무죄받은게 3주전인데…제주4·3 수형피해자 현창용옹 별세
내란죄ㆍ연좌제 등 굴곡진 삶…재심 재판으로 '명예회복'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한 4·3 수형 피해자 현창용 할아버지가 지난 7일 오전 향년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달 17일 제주지방법원이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무죄를 인정한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지 21일 만이다.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에 따르면 현 할아버지는 16세이던 1948년 9월 26일 새벽 집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임의로 작성된 조서에 지장을 찍었다.
죄명은 내란죄였다. 현 할아버지는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인천형무소에서 복역하던 중 한국전쟁이 나면서 천신만고 끝에 도망쳤다.
그러나 그건 끝이 아니고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었다. 제주로 내려오던 중 인민군에게 잡혀 개성으로 끌려갔다. 이후 간첩 혐의에 연루돼 20년형을 살았다.
고인은 또한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서 정부부처 합격 통보를 받은 딸이 신분조회 과정에서 채용이 안되는 등 자식들이 '연좌제'로 인해 겪은 일들을 두고두고 마음 아파했다.
이런 원통함은 자신이 무죄임을 밝히기 위한 재심 재판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발현됐다.
4·3 수형인 재판을 이끌어온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재심 준비 과정에서 현 할아버지가 "억울함을 풀고 싶은데 재판을 해주겠다는 변호사가 없다. 양 대표가 재판하게 해달라"고 한 간곡한 부탁이 자신에게도 확고한 의지를 심어줬다고 전했다.
양 대표는 "현 할아버지는 기력이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법정에 출석했다. 대답조차 하기 힘든 건강상태에도 피고인 심문을 위해 법원을 찾기도 했다"며 "결백함을 밝히기 위한 의지가 확고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현 할아버지는 그 후로 건강상태가 더욱 나빠져 결국 지난달 17일 재심 선고일에는 법원을 찾지 못했고, 굴곡진 긴 세월 끝에 무죄를 인정받은 지 20여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제주시 S-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1일이다.
빈소에는 4·3도민연대 관계자들과 재심 과정을 함께한 변호사들, 함께 재심 재판에 참여한 4·3 수형 피해자와 가족 등이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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