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폴란드 밀월관계서 역사 문제로 파국 급변

입력 2019-02-19 10:56  

이스라엘-폴란드 밀월관계서 역사 문제로 파국 급변
네타냐후 홀로코스트 책임 거론, 양국 뇌관 건드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스라엘과 폴란드 간의 순탄하던 관계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책임'이라는 역사 문제에 부딪히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폴란드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노선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데다 지난주에는 자국에서 미국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중동회의를 개최하는 등 미-이스라엘과 공조를 과시해왔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우파정부는 18~19일 예루살렘에서 비셰그라드(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4국과 정상회담을 열 계획이었으나 직전 터진 네타냐후 총리와 카츠 외교장관의 홀로코스트 폴란드 책임 발언으로 무산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익 성향의 이들 동유럽국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스라엘 우익정권에 비판적인 서유럽국들을 견제할 심산이었으나 홀로코스트 카드를 성급히 내미는 바람에 오히려 관계가 악화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폴란드 현 정부는 특히 올해 모두 총선을 앞두고 있어 홀로코스트 이슈가 정서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고려할 때 민족주의적 이슈에 있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홀로코스트라는 도덕적 채권을 내세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시도한 것인지는 모르나 마찬가지로 2차 대전 중 자국민 학살의 아픔을 안고 있는 폴란드의 뇌관을 건드림으로써 역풍을 맞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해명함으로써 수습되는 듯 했던 사태는 특히 이스라엘 카츠 외교장관 대행이 '폴란드인들은 엄마로부터 젖을 빨 때 반유대주의(anti-Semitism)를 함께 수유한다'는 이츠하크 샤미르 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며 나치와 협력한 수많은 폴란드인이 있었다"고 발언하면서 사태가 파국으로 접어들었다.
폴란드는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했고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는 폴란드에 동조해 정상회의 참석 대신 이스라엘과 양자 회담을 추진키로 했다.
2차 대전을 전후해 폴란드에서 발생한 유대인 학살에서 폴란드 정부나 국민의 책임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아직 정리되지 못한 채 역사적 쟁점으로 남아있다. 이스라엘과 폴란드에서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르다.
폴란드는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다수의 유대인 수용소가 있었던 곳이자 한편으로 유대인을 구한 '쉰들러 리스트'의 장소이기도 하다.
많은 이스라엘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폴란드의 책임을 역사적 사실(fact)로 간주하고 있다. 2차 대전 중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 측이 어떻게 폴란드 거주 유대인 90%를 학살할 수 있었는지 폴란드는 이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란드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학살이 가능했겠느냐는 추궁이다.
그러나 많은 폴란드인은 2차 대전 기간 유대인 못지않게 수많은 폴란드 비(非)유대 기독교인들이 살해됐으며 오히려 유대인 희생자들에 비교해 덜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일부 개별적 소수 폴란드인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협력했다는 입장이다. 폴란드 정부는 독일 점령 기간 300만 비유대 폴란드인들이 희생되는 '폴로코스트'(Polocaust)를 겪었다면서 외국인들에게 2차 대전 기간 폴란드인들이 겪은 참상을 알리기 위해 추모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학자들도 홀로코스트 책임 문제에 대해 엇갈린 입장이다. 2차 대전을 전후해 소련과 나치가 번갈아 폴란드를 점령하면서 일단의 학살이 발생하고 또 일부 지역에서 폴란드인들이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유대인들을 살해함으로써 그들의 좌절감을 해소하려 했던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의 경우 1939년 나치 독일의 침공으로 정부가 사실상 와해해 프랑스(비시정권)처럼 독일 점령 당국에 협력해 자국 거주 유대인들을 수용소로 보낸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이스라엘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센터인 야드 바솀은 나치 점령 기간 수천 명의 폴란드인이 나치로부터 처형위협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네타냐후 정부의 홀로코스트 '부역' 주장에 "외교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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