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패션 아이콘'…브랜드혁명으로 '죽은 샤넬' 살려내다

입력 2019-02-20 11:37   수정 2019-02-20 18:11

전설이 된 '패션 아이콘'…브랜드혁명으로 '죽은 샤넬' 살려내다
1983년 샤넬서 브랜드 콘셉트 일대 쇄신…사진 등 다양한 분야서도 종횡무진
췌장암 투병 중에도 패션쇼 준비로 분주…거침없는 독설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2015년 동대문 컬렉션으로 한국과 인연…김정숙 여사 한글 트위드 재킷도 라거펠트가 디자인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지난 19일(현지시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카를 라거펠트는 그야말로 패션계 '제왕'이었다.
하얀 꽁지머리와 검은 선글라스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는 우아하지만 다소 딱딱했던 샤넬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직돼 보이는 트위드 정장에 다양한 장식을 가미거나 데님 등 젊은 소재를 결합하고, 화려하면서도 위트있는 액세서리를 사용하는 등 보수적인 샤넬에 혁신적이며 현대적 감각을 더해 젊은 층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1933년 9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라거펠트는 학창 시절 학교 수업보다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것을 더 좋아했다.
1950년 함부르크에서 열린 디올의 패션쇼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그는 3년 뒤 패션 디자인의 '수도'인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피에르 발맹에서 수습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파투, 클로에, 펜디 등에서 일하며 이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라거펠트가 샤넬과 인연을 맺은 건 1983년이다.
지금이야 샤넬과 그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지만, 당시만 해도 프랑스 명품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에 독일인이 임명됐다는 사실에 반발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9세기형 패션과 브랜드 컨셉트를 일거에 쇄신하는 '브랜드 혁명'으로 일으키며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그해 1월 샤넬의 데뷔 무대에서 그는 '죽은 샤넬을 환생시켰다'는 호평을 받으며 '카를 라거펠트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대적인 감각의 지적이고 섹시한 여성스러움을 추구한 그의 디자인은 이후 35년 동안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왔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던 정장에 화려한 색상을 더하고, 과감한 재단선과 옷감을 사용하면서 샤넬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는 샤넬의 책임 디자이너로 있으면서도 펜디와 클로에 등 다른 브랜드는 물론, 자신의 이름을 딴 여러 브랜드의 옷을 디자인하며 전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지위를 누렸다.
그는 독일어로 황제와 명장을 의미하는 단어를 붙여 '카이저 카를', '패션 마이스터' 등으로도 불렸다.
패션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86년 황금골무상을 받았고 2010년 6월에는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라거펠트의 창의성은 패션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진과 광고, 단편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에너지를 쏟았다.
특히 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한 그는 아날로그 카메라부터 폴라로이드, 최신형 디지털카메라까지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며 상업성과 실험성을 갖춘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사진전 '리틀 블랙 재킷'을 연 바 있다.
왕성한 독서가로도 알려진 그는 파리 아파트에 보유한 장서만 30만 권에 달한다. 2011년에는 독일의 유명 출판업자 게르하르트 슈타이들과 함께 책을 공동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이처럼 분야를 막론하고 종횡무진 활약하던 라거펠트의 와병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부터다.
늘 열정적으로 패션쇼 무대를 지키던 그가 지난 1월 열린 샤넬 오트 쿠튀르 쇼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당시 샤넬의 대변인은 춥고 눈이 내리는 날씨 탓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패션을 담당해온 제스 카트너 몰리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뉴욕으로 여행할 정도로 건강했지만, 지난달 그는 파리 자택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샤넬 쇼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라거펠트는 췌장암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투병 사실을 그간 측근만 알 정도로 비밀에 부쳐졌다.
평소 워커홀릭으로 유명했던 그는 투병 중이던 최근까지도 내달 열릴 예정인 여성복 패션쇼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신이었던 라거펠트는 고양이 '슈페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도도한 이미지의 슈페트는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라거펠트는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샤넬이 지난 2015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크루즈 컬렉션을 열었을 때 한복 원피스 등 한국적 미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프랑스 국빈방문 시 입은 한글 트위드 재킷도 라거펠트가 디자인해 크루즈 컬렉션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이 재킷은 검은색 바탕에 '한국' '서울' '코코' '샤넬' '마드모아젤' 등 한글을 흰색으로 직조한 원단으로 만든 의상으로, 당시 라거펠트는 한글의 조형미를 극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거펠트는 여성 유명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국의 팝가수 아델에게는 "좀 너무 뚱뚱하다"고 말했고,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의 여동생인 피파 미들턴에 대해서는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등만 보여야 한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로이터 제공]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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