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희 해기사협회장 "승선근무예비역 폐지 해운물류 큰 타격"

입력 2019-02-22 11:47  

이권희 해기사협회장 "승선근무예비역 폐지 해운물류 큰 타격"
"해기사 공급 마지막 보루…국가경제·비상사태 대비 적정인력 필수"
"배 만들어도 운항인력 없어져…한진해운 사태 되풀이하는 격"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국방부의 병역특례제도 개편을 앞두고 해양·수산업계가 '승선근무예비역'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3일 해양계 학생 500여명이 세종시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전국해상선원노련은 학생들과 함께 국방부와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 19개 해양·수산계 학교, 선원노련, 해기사협회, 선주협회, 수협중앙회, 선박관리산업협회, 해운조합, 원양산업협회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유지를 위한 대책본부를 만들어 20만명 서명운동도 벌인다.

승선근무 예비역은 해기사 면허를 취득한 해양·수산계열 대학·고교 학생들이 졸업 후 5년 이내에 3년간 상선이나 어선에서 근무하며 병역의무를 대신하는 제도이다.
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은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제도는 우리나라 해운물류를 책임지는 해기사 공급의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라며 "폐지나 축소는 한진해운 파산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승선근무 예비역은 다른 병역 대체제도나 산업기능 요원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평상시 국가 경제를 움직이고, 비상시에는 군수물자 등 수송을 맡는 제4군 역할을 하는 등 안보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경험이 있어야 하는 해기사는 단시간에 양성할 수 없는 전문인력으로, 수출입 물동량의 99.8%를 해상수송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해운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적정인력 확보가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해기사 직업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져 1987년 1만9천151명이던 취업 외항 상선 해기사가 2017년에는 9천666명으로 줄었고, 젊은 3급 해기사 수가 선장과 기관장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인력 구조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2018년 국적선과 외국적선에 취업한 해기사 가운데 선장과 기관장은 3천528명, 1급 항해사와 기관사는 2천705명, 2급은 1천828명, 3급은 1천604명으로 직급이 낮을수록 숫자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5년 정도만 신규 인력 공급이 끊기면 한국 해기사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며 "매년 1천∼1천300명이 새로 공급돼야 현 상태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폐지되면 당장 신규 해기사 공급이 대부분 끊기게 되지만, 대체 인력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인들이 빈자리를 채우면 그만큼 국내 일자리가 줄고 임금수준도 낮아져 젊은이들이 해기사를 기피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해기사가 줄어들면 선박관리업 등 육상의 연관산업들도 연쇄적으로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해기사의 승선경험을 토대로 한 전문성이 필요한 연관산업 일자리가 최소 5천명에 이르고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해기사 부족으로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승선근무예비역제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선근무예비역들은 3년의 의무승선 기간이 끝나더라도 만 40세까지는 국가비상 시 동원돼 군수물자 등을 수송하는 배를 타야 한다.
제도가 폐지되면 머지않아 동원할 해기사가 없어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우리 해기사들의 빈자리를 채운 외국인들이 목숨 걸고 우리나라를 위해 배를 운항할 리 없다. 모두 승선을 거부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릴 것이고, 그러면 누가 물자를 수송하나"라고 그는 되물었다.
그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가 특혜라는 주장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역으로 근무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군 복무 기간이 18개월(육군)로 줄고 복무 환경도 좋아졌지만. 승선근무예비역은 한번 승선하면 몇달씩 외부와 통신도 쉽지 않은 좁은 배 안에서 지내야 하는 데다 업무 특성상 24시간 비상대기해야 해 군 복무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교정시설에서 3년간 대체복무하게 한다는 데 그들보다도 나을 게 없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2017년 열악한 환경 등으로 중도에 포기한 승선근무예비역이 22명이나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없애버리면 이미 군 복무를 마친 학생들이 졸업 후 굳이 배를 타려 하지 않게 돼 해기사 부족 사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 그는 강조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무너진 우리나라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해서도 승선근무예비역은 유지, 나아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세워 200척이 넘는 선박을 새로 짓기로 했지만, 선원 공급대책은 전혀 없다. 가뜩이나 해기사가 부족한데 승선근무예비역제도마저 폐지하면 배를 지어봤자 운항할 인력이 없어 외국인 해기사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을 필수 국가기간산업으로 인식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해기사를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해운물류는 물, 공기와 같다고 본다. 없어서는 안 되지만 평소에는 귀한 걸 모른다.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것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고 후유증을 남겼는지 뒤늦게 알게 된 것이 그런 사례"라고 말했다.
중요성을 간과하고 단순한 형평성 논리 등을 들이대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금융 잣대로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것과 같은 격이 될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수 천억원을 들여 실습선을 짓고 학비를 지원하는 등 막대한 돈을 들여 애써 키워놓은 해기사들이 배를 타지 않게 만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해기사 양성체제는 한번 무너지면 단기간에 복구가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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