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지금이 적기" 홍보 글로 사실상 투기심 조장
"전입신고 못하는 투기꾼은 농지에 과실수 빼곡히 심기도"
(화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수원 군(軍)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거론되는 화성 우정읍 일원에 투기로 의심되는 '벌집 주택'이 들어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일부 부동산 업자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투자'라는 명목으로 홍보 글을 올려 사실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화옹지구 투자'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십 개의 글이 검색된다.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군 공항 이전 예상 지역에 땅과 집을 매입해두면 나중에 '이주자 택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 블로거는 "동탄, 평택, 위례 신도시에서 5∼10배 이상 갭투자로 성공한 분들이 많다"며 "지금이 타이밍(적기)이다. 먼저 반응해야 투자수익이 극대화된다"는 홍보 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투자 '팁'이라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세한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그는 "우정읍 일대 시행사가 미리 개발한 토지와 건축물을 매입하고 나서 1년간 거주해 원주민 권리를 취득한 뒤 토지와 건물 보상금과 이주자택지(권리)를 얻어 수익을 본다"고 설명했다.
화옹지구 일원 부동산 매매를 홍보하는 것을 모두 투기 조장으로 볼 순 없지만, 일부는 불법을 조장하면서까지 부동산 중개를 권유하고 있었다.
홍보 글을 올린 한 블로거와 통화해보니 "(벌집)주택을 매입해 전입신고만 해놓으면 굳이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허위 전입신고는 명백한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그는 "(벌집)주택은 1억3천만원 정도인데 절반은 대출이 가능하다"며 "군 공항이 이전하면 토지와 주택 보상에만 3억∼5억원 예상하고, 동탄이나 병점, 수원에 이주자 택지 권리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부동산 중개를 성사시켜야 하는 입장이지만 현장에 가보니 가관이었다"며 "상가가 들어올 수가 없는 곳에 상가가 지어져 있었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주택이 곳곳에 있어 '투기성이 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는 입장인 사람은 아예 원주민에게서 농지를 매입한 뒤 대추나 포도와 같은 과실수를 심어 놓고 다른 주민에게 돈을 주고 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며 "과실수는 그루 당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과실이 제대로 열리지 못할 정도로 나무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상이란 게 군 공항 이전으로 피해를 보는 원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인데, 정보를 빨리 알고 움직인 세력들이 이득을 본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군 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를 둘러싼 투기성 홍보가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제재할 권한이 없어 아무런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우정읍 일원에 '부동산 투기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는 홍보 현수막을 통해 피해를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인 화성 우정읍 원안리, 화수리, 호곡리 일원에는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속칭 '벌집 주택' 수십 채가 들어서, 투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goal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