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치열함이 아쉬운 KBS '도올아인'

입력 2019-03-01 06:00  

2% 부족한 치열함이 아쉬운 KBS '도올아인'
역사의 현재성 강조하면서 정치적 논쟁은 피해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특집 프로그램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기획은 단연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이하 '도올아인')다.
총 12부작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라는 독특한 조합만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보통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집 방송이라면 으레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거나 역사적 사건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상상하기 마련이지만, '도올아인'은 형식부터 남다른 '신개념 지식 버라이어티 쇼'를 표방한다.
김용옥과 유아인이 무대 한가운데 서서 역사적 인물을 주제로 토론하고, 이들을 빙 둘러싼 관중 300명은 자유롭게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형식 아래 '도올아인'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현재성'이다.
김용옥과 유아인은 관중에게 '우리나라는 헬조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도산 안창호의 교육관에 두고 토론하다가 오늘날의 교육 제도로 논점을 옮기기도 한다.
역사적 인물을 과거로부터 소환하고 그들의 애국심에 감탄만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이들의 행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다른 3·1운동 특집 방송들과 비교해 '도올아인'만이 지니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건 치열함이다. '도올아인'은 역사의 현재성을 강조하지만 그에 자연스럽게 딸려올 수밖에 없는 정치적인 쟁점은 소홀히 다루거나 회피한다는 인상을 준다.
7회에서 기미독립선언서를 읽고 해설하던 김용옥은 "우리가 자주민이 되는 걸 공포스럽게 생각하는 세력들이 너무 많다. 독립을 지향하는 세력은 우리나라에서 항상 거세돼왔다"고 주장하고, 여운형을 다룬 6회에선 "우리 민중이 깨어나 과거의 억압적인 관념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철학자 김용옥의 시선을 압축한 이 발언에는 그의 정치적인 견해가 섞여 있으나 여기에 반박하거나 토를 다는 패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작진은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김용옥과 청년 배우 유아인을 내세워 '세대 간 소통'을 강조하려 하지만, 애초부터 일제강점기 역사는 세대에 따라 관심과 무관심의 정도가 다를지언정 세대별로 '해석'이 갈리는 테마는 아니다.
이따금 김용옥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방청객들이 질문을 던지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삽입되는 이희문의 공연은 뜨거워지려고 하는 논쟁의 열기를 억지로 가라앉힌다.


7회에서 서울대 학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김용옥의 주장에 한 방청객이 '그러한 방식은 하향 평준화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고 묻지만, 유아인은 '저 역시도 그렇고 우리 모두 답이 확 나오진 않는다'며 논의의 진전을 막는다.
'다양한 교육을 받을 여건이 갖춰지지 않고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한 방청객 말에 유아인은 "그 인식은 누가 가지고 있냐. 개개인이 가지고 있다. 시작은 나부터 바뀌는 거다. 나부터 타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는 원론적 이야기로 맞받아친다.
김용옥과 유아인의 조합으로 높은 화제성을 누렸던 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린다.
2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3.9% 시청률로 시작한 '도올아인'은 2주 만에 1%포인트가 빠지더니 가장 최근 방송한 8회에선 2.6%를 기록했다.
공영방송 KBS 1TV로 방송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률의 높고 낮음으로 성과를 재단할 순 없겠지만, '도올아인'이 시청자를 잡아두는 데 실패했다는 건 명약관화하다.
결국 이는 논쟁을 맥없이 끊어버리거나 현실과는 아득히 먼 원론적인 말로 끝맺는 데 시청자들이 지쳐버린 것으로 해석된다. 출연자, 포맷, 프로그램 의의 모두 기대를 지니기에 충분한 '도올아인'이었지만 관심을 오래 붙들 수 있는 뜨거운 치열함이 아쉽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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