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결렬] '양보'보다 '빈손' 택한 트럼프, 앞으로의 대북행보는(종합)

입력 2019-02-28 23:56   수정 2019-03-01 00:54

[하노이 담판 결렬] '양보'보다 '빈손' 택한 트럼프, 앞으로의 대북행보는(종합)
"항상 걸어나갈 준비돼야"…대화의 끈 이어가되 속도조절할듯
일각서 '전략적 판깨기' 관측도…국내 악재 속 '낮은 수준 합의' 부담 감안




(하노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핵 담판에서 합의를 끌어내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날 오전 확대 양자 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최고의 답변"이라고 '화답'했던 것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리얼리티 TV쇼'를 방불케 하는 몇 시간만의 '롤러코스터'이다.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던 '하노이 선언' 자체가 일단 백지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북핵 해결사', '거래의 달인'을 자임, 김 위원장에 대한 설득을 호언장담해온 그였지만, 결국 양측이 팽팽히 맞선 제재 문제의 벽을 넘지 못하자 '양보' 보다는 '빈손'을 택한 셈이다. 이는 미국이 당초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영변 핵시설 폐기 및 +α'를 견인하지 못한 채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 카드를 성급히 내줬다간 귀국 후 엄청난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제재해제를 요구한 반면 미국은 '+α'를 요구하며 맞서는 등 양측이 제재 문제의 실타래를 풀지 못한 것이 결정적 담판 결렬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α'의 최대치 견인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아 보이자 아예 '이번 판'은 일단 접은 셈이다.
김 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자 '전략적 판 깨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양측이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이어 회담 첫날인 전날 만찬 탐색전 결과, 당장 제재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전날밤 이미 결렬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예상과 달리 '하노이 선언' 문구 최종 조율을 위한 양측간 심야 조율 움직임 등이 감지되지 않으면서다.
무엇보다 미국 국내에서는 정상회담 소식이 때마침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보도에 '톱 뉴스' 자리를 내주는 등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가운데 그동안 핵심 외교정책으로 추진해온 북한 문제에서조차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내주는 '낮은 수준'의 합의물을 들고 돌아갈 경우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국내 정치적 요소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 조야의 회의론이 강한데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가운데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담판이 결렬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때로는 걸어 나가야 한다(Sometimes you have to walk)"며 "항상 걸어 나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 오늘 뭔가 서명할 수도 있었다. 선언문도 준비돼 있었다"면서도 "오늘 함부로 서명했다면 '너무 끔찍하다'는 반응이 있었을 것이다. 빨리하기 보다는 올바르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제재를 고리로 시간을 두고 비핵화를 견인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 국면에서 "서두를 게 없다",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 "핵·미사일 실험이 없다면 행복하다" 등의 메시지를 발신하며 '동결' 등으로 목표치를 낮게 잡은 듯한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미 조야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엄청난 성공'을 낙관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재집권 발판을 마련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정 부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시간20분의 비행 끝에 하노이까지 왔지만, 가시적 성과물을 손에 쥔 '금의환향'이 아닌 '빈손 귀국' 길에 오르게 되면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대로 된 성과물을 끌어내지 못해도 '승리'를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미국 입장에서 '나쁜 선택'보다는 '합의 불발'이라는 '차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 담판 결렬은 최고 지도자들의 '직관'에 의존하는 '톱다운 협상'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CNN 방송 인터뷰에서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에 임할 때 엄청난 실무 차원의 작업이 수반되지만 이번에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회담이 성공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정상회담 직전에 합의문 문구 조율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이나 '스티븐 라인 '의 고위·실무급 막판 접촉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서 사실 '이상징후'는 이미 내재해 있던 셈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 당국자들이 정상회담 목전에서 북미 간에 비핵화 개념에 대한 일치된 공감이 없다고 인정한 순간부터 험로는 예고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제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에 모인다.
앞서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 대학 강연에서 북한과 외교 실패 때에는 컨틴전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대북 강경론으로 선회하며 '플랜 B'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대북 외교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미 가동된 재집권 플랜의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판을 깨기보다는 일단 북한과 대화의 끈을 살려가며 현상유지를 하면서 제재를 무기로 북한의 비핵화 견인에 계속 나설 것을 보인다. 일정기간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비핵화를 해줘야 제재를 풀 수 있다며 당분간 제재유지 입장을 못 박으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우리는 서로 좋아한다.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 제기나 직접적 비판을 자제한 채 우호적 태도를 이어갔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도 "생산적이었다"고 규정하며 회담 결렬과 관련, "내 결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고 그렇게 할 것이다. 향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1년 전 1차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결실이 없으면 박차고 나오겠다"고 말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담판 결렬에 대해서는 "박차고 나선 것은 아니다. 굉장히 우호적 분위기였다"고 말한 것 자체가 판을 살려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공개하는 한편으로 '영변 외 대규모 핵시설'에 대한 인지 사실을 이례적으로 언급한 것은 "우리는 모든 걸 알고 있다. 약속을 지켜라"는 대북 압박성 메시지로도 보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기전을 기정사실로 하며 꺼내든 '속도조절론'이 협상 결렬의 명분으로 작용한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것이 결국 이날 담판 불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협상교착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재선 가도에서 떠안아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여론이 나오면서 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 유지'를 언급하면서도 다음 정상회담을 약속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 하지 않았다. 일어나면 일어나고 아니면 아니다"라고 무리하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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