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생 그림책·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 60조각의 비가 = 1990년 등단한 중견 시인 이선영의 일곱 번째 시집.
시인은 60편의 시를 깁고 붙여서 한 권의 비가를 완성해 낸다.
하나의 오롯한 슬픔을 가진 시편들은 시인의 손에 의해 다른 슬픔과 덧대어지고 기워져 마침내 연대의 가능성을 지닌 연민으로까지 확장된다.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야근하며 휴일도 없이 일하다 / 부서진 열아홉 제빵 근로자의 하루하루가 쪽잠 속에 절그럭대는 놋쇠 사슬이어서 / 그 꿈은 새벽 공기를 타고 오를 듯 가벼웠으나 꿈을 위해 일어서야 할 몸은 / 꿈조차 휘발된지 오래인 내 몸만큼이나 얼마나 푸석푸석했을는지'('열아홉이 깨운다' 부분)
민음사. 144쪽. 1만원.
▲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 김은상 작가가 내놓은 두번째 소설.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이번 소설은 숨길 수 없는 사랑의 본질을 담은 한 편의 시처럼 읽히기도 한다.
델마는 작가와 함께 산 고양이로, 델마가 먼저 떠나자 작가는 델마를 추모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작중 화자인 '나'와 일대일 관계로 엮인 각기 다른 네 여인과의 이야기가 시적인 언어로 펼쳐진다.
'자신의 식탁에 값비싼 음식이 놓이지 않아도, 화려한 가구와 넓은 집을 갖고 있지 않아도, 델마는 매 순간 내 곁을 호흡했습니다.'(66쪽)
멘토프레스. 115쪽. 1만1천800원.

▲ 100 인생 그림책 = 하이케 뮐러가 쓰고 발레리오 비달리가 그렸다.
0세부터 100세까지 인생의 흐름을 담았다.
종이 한장을 넘길 때마다 삶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어느 순간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거나, 혹은 커피가 좋아지는 그런 일들, 평범한 것 같다가도 예기치 못한 순간을 만나게 되는 그런 나날들을 그렸다.
그 나이에 마주할 삶의 순간들이 섬세하고 구체적인 글과 형형색색의 감각적인 그림으로 펼쳐진다.
김서정 옮김. 사계절. 212쪽. 2만원.

▲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 서예가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성장 시인의 두번째 시집.
1994년 첫 시집 '서로 다른 두 자리' 이후 25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으며 사회 진보를 위해 애쓰는 운동가이자 고(故) 신영복의 사상을 실천하는 서예가로서의 길도 부지런히 걸어왔으니 그의 시집이 이토록 늦은 연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유병록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번 시집에 대해 "생의 다양한 이력처럼 시에도 다채로운 세계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상처의 흔적은 상처의 주변에 서성거린다 / 상처도 사랑이 있어 상처를 낳고 싶어 한다 / 세상이 상처투성이인 것은 / 상처가 맨살보다 훨씬 더 꽃에 가깝기 때문'('상처' 부분)
걷는사람. 159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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