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승을 기리며…안숙선 "목숨 걸고 소리 하라 하셨죠"

입력 2019-03-06 14:47  

두 스승을 기리며…안숙선 "목숨 걸고 소리 하라 하셨죠"
이야기 창극 '두 사랑' 내달 무료공연…"제 이야기이자 두 스승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제 스승들은 목숨을 걸고 소리를 하셨던 분들입니다. 저도 후배들에게 목숨을 걸고 소리를 해야 남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꼭 전해 주고 싶어요."
명창 안숙선(70)은 다음 달 5~7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이야기 창극 '두 사랑'을 공연한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 스승, 만정(晩汀) 김소희(1917~1995)와 향사(香史) 박귀희(1921~1993)와의 추억을 바탕으로 61년간 걸어온 소리 인생을 되짚는 공연이다.
안숙선은 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두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로 다 할 수 없다"며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저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분들"이라고 회고했다.
이번 공연은 판소리로도 모노드라마를 펼쳐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과거 홍대 근처 작은 극장에서 배우 윤석화의 모노드라마를 본 뒤 이 같은 바람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1년여간 안숙선과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을 바탕으로 창극 극본과 제작총괄을 맡았다.
공연은 아홉살 소녀 안숙선이 고향 남원에서 이모에게 처음 가야금과 소리를 배우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체구가 작지만, 재능 많은 소녀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본 것이 김소희다. 당시 국악계 최고 스타였던 김소희는 안숙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그를 제자로 맞이했다.
김소희와 함께 서울 생활을 시작한 안숙선에게 가야금 병창을 가르친 이가 박귀희다.
박귀희는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를 설립한 국악인으로 유명하다. 안숙선은 그 아래서 가야금 병창과 함께 국악의 현대화·제도 교육화를 향한 헌신을 배웠다.
스승들은 안숙선이 아플 때 장어를 푹 고아 약을 만들어 주고, 병원에 끌고 가 여러 검사를 받게 했다.
안숙선은 스승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만 무대 위에 올랐다.



이날 공개된 김소희가 안숙선에게 보냈던 편지 구절에는 제자를 아끼고 염려하는 스승의 깊은 정이 가득 담겼다. "차원 높은 예술인이 되려면 품위를 지켜야 한다. 무대에서 재담할 때 판소리 속에 있는 대사 외에는 절대 딴 양념을 넣으려고 하면 안 된다. 양념을 넣으려는 자체가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자가선전뿐이다."
안숙선은 이런 사랑과 가르침 속에서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이후 창극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86년 판소리 5바탕(춘향가,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을 완창했으며 1997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성악과 교수,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등 굵직한 수장 자리도 줄줄이 역임했다.
안숙선은 "어릴 때는 소리를 배우느라 잘 몰랐고, 30대 때는 무대 위에 서느라 스승들의 사랑을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엔 잔소리로 받아들였죠.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냐'고 말하면 속으론 '열심히 일하는데 왜 저러시나' 싶었어요. 귀찮게 생각했고 잔소리가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큰 사랑인 줄 몰랐어요. 이분들께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남은 생을 국악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안숙선이 주요 판소리 대목을 직접 부르며 자신의 인생 드라마를 펼친다. 연극배우 고수희가 두 스승을 일인 다역으로 소화한다. 젊은 소리꾼 권송희가 다양한 소리와 노래로 극 중 정서를 풍부하게 한다. 남원의 소녀 안숙선 역에는 뮤지컬 '마틸다'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이지나가 캐스팅됐다.
공연은 전석 무료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일환이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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