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영어로 뭐지?"…틸다X이시언 광고의 진실

입력 2019-03-14 06:30  

"여행이 영어로 뭐지?"…틸다X이시언 광고의 진실
'트립닷컴' 광고 제작 방은하 ECD "모두들 최저가 말할 때 신뢰도 우선"
"틸다, 촬영 전 의상 수십벌 입어봐…한국 길거리 음식 '먹방' 자처"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이 나타나 묻는다. 한국어다. "여행이 영어로 뭐지?"
배우 이시언이 영어로 답한다. "트립?"
이 엉뚱하고도 낯선 장면에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와글댔다.
"방금 내가 본 게 뭐지", "틸다 스윈턴이라니…이거 실화냐", "광고냐 영화냐", "이시언 계 탔네", "TV를 보다가 눈을 의심했다"는 말들이 오갔다.
이는 요즘 뜨거운 반응을 얻은 광고 중 하나다.
여기 등장하는 '여행'을 그대로 영어로 옮긴 '트립닷컴'이 그 주인공이다.
트립닷컴은 중국 여행사 씨트립 그룹의 아시아 최대 온라인 여행사로 2014년 6월 한국에 진출하고서 최근 원화 결제 서비스와 연중무휴 24시간 고객센터 등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광고의 기본 얼개는 여행 고수를 꿈꾸는 '대(기)배우' 이시언과 여행의 신공을 전수하는 '대배우' 틸다 스윈턴의 만남이다.
실제로는 인천의 한 공구상가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이들의 만남은 스튜디오 같은 공간에 영화 촬영용 장비를 사용해 판타지 영화 같은 느낌을 줬다.
제작은 방은하 HS애드 제작전문위원(ECD)이 맡았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 대한항공 등의 광고를 잇달아 흥행시키고, 대한민국광고대상 등 최근 5년간 각종 광고제에서 50여개의 본상을 받은 광고계의 유명 인사다.

방 위원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광고 후 시장 반응에 대해 "'소비자들이 정말로 광고를 갖고 놀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왔다"며 "소비자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서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광고란 소비자들이 이처럼 '갖고 노는' 광고다. 광고를 소재로 가공하고, 퍼뜨리고, 까불고, 놀고 있다면 최고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SNS에서 자기들끼리 '여행이 영어로 뭐지?', '트립'이라며 노는 꼬마 형제들의 모습이 더욱 반가운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방 위원은 이번 광고를 제작하면서 모델 '이름값'과 기발함에만 기댄 것은 아니었다. 치밀한 전략이 선행했다.
국내 여행 시장이 커지면서 앞다퉈 진출한 글로벌 여행사들이 전면에 내건 것은 가격이었다.
트립닷컴은 한국인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이름인 만큼 '최저가'보다 이름을 각인시키고 신뢰도를 내세우기로 했다.
이름에 귀 기울이게 하자는 전략에 '트립'이란 단어를 직접 던졌다. 그렇게 브랜드를 '내가 아는 곳'으로 만들고, 그 이름에 대한 화제성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방 위원은 그 화자로 세계적인 인물이면서 한국인에게도 친밀감을 가진 배우, 틸다 스윈턴을 떠올렸다. 영화 '설국열차', '옥자' 등에 출연해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인물이 하는 말이라면 신뢰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스타인 만큼 실제 진행 과정은 지난했다.
모든 장면을 일일이 사전에 상의하고 법률 회사의 검토를 거쳐야 했다. 통상적인 제작 공정보다 2∼3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광고 방영 시점도 애초 계획보다 한 달 가량 늦춰졌다.
일단 출연이 결정되자, 놀라운 면모를 보여준 것은 스윈턴이었다.
캐릭터를 설명해줬더니, 입국 전 영국에서부터 자신의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해 컨셉트에 맞는 의상 수십벌 입어보고 그 모습을 촬영, 한국에 보내 사전 협의를 마쳤다. 촬영 전 의상 2∼3벌을 입어보고 정하는 국내 관례와는 차이가 있었다. 광고 콘티 등도 협의했다.
스윈턴은 '여행이 영어로 뭐지'라는 대사에도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한다. 발음이 쉽지 않은 만큼 긴장된 모습도 보였다.
배우로서 철두철미하면서도 격의 없는 모습에 현장 스태프들이 시선을 빼앗겼다는 후문이다.
스윈턴의 상대역은 TV 예능에서 소박하면서도 평범한 모습을 보여준 이시언이다. 대기 배우에서 대세 배우로 거듭난 '대배우' 이시언이, 화면 속에서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스윈턴과 대화한다.
방 위원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지점에 어종이 가장 풍부한 것처럼, 능력자(스윈턴)와 보통사람(이시언)이라는 뜬금없는 조합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재미와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며 "이시언은 약간 허당같아 보이면서도 내 고민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시언이 틸다를 만났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보통사람들이 의외의 장소에서 초능력자를 만났을 때 겪는 그 순수한 떨림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트립닷컴 측은 '틸다 스윈튼X이시언, 트립닷컴 광고의 진실'이라는 별도의 메이킹 영상을 만들어 추가로 배포했다. "이거 합성 아니냐"는 물음에 대한 답인 셈이다.
[트립닷컴] 틸다 스윈턴 X 이시언, 여행이 영어로 뭐지?
광고 화제성만큼 실적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고가 처음 시작된 1월 14일 이후 트립닷컴 앱 다운로드 수는 이전보다 5배, 신규 고객은 2배 각각 증가했다.
4월 말부터 후속편이 방영된다. 1차 광고에서 이름을 알렸다면, 2차는 제대로 자기소개를 하겠다고 한다. 후속편에는 길거리 한국 음식 '먹방'도 나온다. 본래 소속사 측에서 거부해 빼기로 했지만, 스윈턴이 현장에서 자처해 촬영이 성사됐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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