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터뷰서 취임 4개월여 소회…특별한 '김치사랑' 소개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김호준 기자 = "무엇보다 한국 사람들은 환상적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하고, 우아하며, 친절하다."
작년 11월 8일 취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미 육군대장)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취임후 4개월여 한국 생활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피력했다.
기갑병과 출신으로 중동 지역에서 많은 전투를 지휘했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그간 한국 언론에 자신을 드러내길 꺼렸다.
'강골', '뼛속까지 군인' 등의 강한 이미지로 각인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그가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연합뉴스와 만나 한국에 대한 이미지, 한미연합방위태세, 주한미군 문제, 9·19 남북군사합의 등에 대해 소신을 피력했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는 핵과 미사일 시설 동향 등에 대해서는 북미협상과 연결된 민감성을 의식한듯 말을 아꼈다.
◇ 연합방위태세 이상 없고, 주한미군 평화협정과 무관 =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3대 연합훈련의 명칭이 바뀌거나 일정이 축소된 것 등을 놓고 일각에서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데 대해 단호한 어조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니다"면서 "지난 연습은 물론이고 모든 연습은 우리의 요구 수준을 충족할 것이다. 외교적 노력에 여지를 마련해주기 위해 그것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통상 연합훈련의 조정은 한국 합참의장과 주한미군사령관의 건의를 거쳐 군 통수기구 차원에서 결정된다. 이번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조정도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여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4~12일 진행된 '19-1 동맹' 연습 준비 차원에서 지난달 25일부터 1주간 시행된 위기관리 연습 뿐 아니라 본연습에서도 고강도의 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14일 "작전 전문가답게 훈련의 질을 강조했다"면서 "여느 해 못지않게 훈련 수준이 높았다"고 전했다.
'키리졸브'를 대체한 한미 전구급 지휘소연습(CPX) 명칭을 '동맹'으로 정한 것에도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의중이 반영됐다. 자타공인 '동맹주의'로 무장된 그는 '태극', '명예' 등의 다른 한글 이름도 검토됐으나, '동맹'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연합 인터뷰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이 주한미군 철수나 지위변화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하는 데도 비중을 뒀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에 대한 재검토의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한 답변을 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발언의 맥락이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주둔은 (한미)동맹의 결정으로, 향후 체결 가능성이 있는 평화협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입각한 것이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서 주둔의 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현재 한미동맹의 굳건함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한미동맹이 철통같다(ironclad)고 말하는데, 그 이상"이라며 "한미동맹은 69년 전 전쟁의 참화 속에 태어났고 우리의 관계는 깨어질 수 없다. 많은 다른 요인으로 도전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 군사동맹은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말했다.
◇ 남북군사합의 "어떤 의문도 없어"…美 지원의지 피력 =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어떤 의문도 없다"고 밝혔다.
군사합의에 명시된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공중적대행위 금지 구역 설정 등이 대북 정찰 활동에 지장을 초래해 주한미군이 불편해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또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남북군사합의에) 동의하고, 군사합의서를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특히 그가 MDL 물자 출입 승인 권한을 가진 유엔군사령관 직책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간 각종 협력 사업과 관련한 유엔사의 지원 업무가 좀 더 유연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작년 8월 말 남측이 인원과 열차를 투입해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 현지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유엔사가 MDL 통행계획을 승인하지 않는 바람에 무산된 적이 있다.
반면 에이브럼스는 현재 미묘한 북미 협상 상황을 의식한듯 북한 관련 질문에는 철저히 말을 아꼈다.
그는 '동창리와 산음동 등 북한의 미사일 시설 동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질문에 "북한 내부에서 진행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북한이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관련 공동관리기구에서 유엔군사령부가 빠지라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대화 중"이라고만 밝혔다.

◇ "김치가 없는 날은 햇볕이 없는 날과 같다" =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부임 이후 미국에 있는 아들과 함께 유적지 2~3곳과 전통시장, 남산타워 등을 찾아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환상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김치와 비빔밥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이 "'김치 없는 날은 햇볕이 없는 날과 같다'는 말을 만들었다"며 특별한 '김치 사랑'을 소개하기도 했다. 평택 2함대 천안함 기념관 등 안보현장도 둘러봤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4개월간 한국 문화에 몰두해 있었고 정말 훌륭했다. 한국은 5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저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 왔다"면서 "주한미군 사령관에 내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기 전에 한국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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