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렛 혐오범죄 자작극 일파만파…오바마 측근 개입

입력 2019-03-14 15:22  

스몰렛 혐오범죄 자작극 일파만파…오바마 측근 개입
"오바마 행정부 영부인 비서실장 티나 첸, 검사장에 수사권 이관 지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커밍아웃한 미국 흑인 배우 저시 스몰렛(36)의 혐오범죄 자작극 스캔들이 끝모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은 13일(현지시간), 스몰렛 사건 발생지 시카고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검사장이 지난달 버락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료로부터 연락을 받고 시카고 경찰청장에게 스몰렛 사건 수사를 연방수사국(FBI)에 넘기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사실을 최초 보도한 시카고 선타임스는 "정보공개법에 의거, 킴 폭스(46) 검사장으로부터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건네받았다"고 근거를 밝혔다.
폭스 검사장과 접촉한 인사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외협력국장, 대통령 부보좌관, 영부인 비서실장 등을 지낸 티나 첸(63)으로 확인됐다. 오바마 부부와 30년지기인 첸은 현재 시카고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첸은 스몰렛이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일 폭스 검사장에게 연락을 취해 "스몰렛과 그의 가족이 수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가족 전화번호를 전달했다. 당시 스몰렛은 성소수자·소수인종을 겨냥한 혐오범죄의 피해자로 간주되고 있었다.
이번 공개 과정에서 스몰렛의 여동생 저니 스몰렛(32)이 오바마 선거 캠프에서 일했고, 첸과 함께 성희롱 반대 캠페인 '타임스업'(Time's Up) 활동에 참여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스몰렛이 오바마 부부와 가까운 사이인 점도 새삼 부각됐다.
폭스 검사장은 첸의 요구에 "에디 존슨 경찰청장에게 스몰렛 사건을 FBI에 이관시키도록 했다"는 답을 했으며, 스몰렛 가족에게도 "존슨 청장이 로지스틱스(Logistics)를 파악 중"이라고 알렸다.


스몰렛의 가족은 "큰 승리"(Huge Victory)라며 반가움을 표했고, 폭스는 "보장할 수는 없으나 노력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스 검사장은 "스몰렛 측은 수사 내용이 언론에 흘러 나가는 것을 걱정했다"며 "FBI가 경찰 보다 정보 통제를 더 철저히 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카고 경찰청 대변인은 "폭스 검사장이 첸의 요구를 존슨 경찰청장에 전달했으나 수사 주체가 FBI로 옮겨가지는 않았다"면서 "스몰렛이 연방법상 혐오범죄 피해자라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FBI는 수사 요원을 지원했으나, 수사권을 갖지는 않았다"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됐으면 쉽게 이관됐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폭스 검사장은 스몰렛이 기소되기에 앞서 "사법절차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인기 드라마 '엠파이어'(Empire)에서 동성애자 가수역을 맡아온 스몰렛은 지난 1월 29일 밤 촬영지 시카고에서 혐오범죄 피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그는 "두 남성이 성소수자·흑인 비하 욕설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쳤다"면서 얼굴을 때리고 목에 밧줄을 감았다고 진술했다.
스몰렛은 목에 감은 밧줄과 MAGA 구호를 내세워 백인 우월주의자의 소행으로 주장했으나 용의자는 두 명의 흑인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스몰렛으로부터 3천500달러(약 400만 원)를 받고 자작극을 도왔다고 실토했고, 경찰은 스몰렛의 자백을 받아냈다.
16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스몰렛은 지난달 21일 법원에서 보석금 10만 달러(약 1억1천만 원)를 책정받고 수감됐으나 보증금을 내고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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