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몰려온다"…학생 부족한 시골학교 '신풍속도'

입력 2019-03-17 11:19  

"할머니들이 몰려온다"…학생 부족한 시골학교 '신풍속도'
성인교육 시설, 신입생 자원 부족한 시골의 현실
"고령 학생들 함께 안고 가는 교육 과정 고민해야"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해산 마산초등학교 용전분교에는 최근 88세 할머니가 증손주뻘 아이들과 함께 입학했다.
이 학교 신입생은 겨우 4명. 그나마 2명은 60대, 80대 할머니다.
여수 화양중학교 화양남분교도 신입생 5명 중 자매를 포함한 3명은 60대 후반, 70대 초반 할머니였다.
이농과 출산율 감소 현상에 존폐의 갈림길에 선 시골학교에 고령 입학생들이 어린 학생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17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25세 이상 학생은 모두 160명이다.
초등학교 60명, 중학교 19명, 고등학교 81명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성인들이 많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초·중학교 성인 학생은 주로 할머니나 한글을 배우려는 다문화 어머니들이다.
시골에서는 도시권과 달리 학력이 인증되는 평생교육 시설을 이용하기 어렵다.
학교 입장에서는 신입생 1명이 귀한 형편이니 고령 학생의 진입을 점차 허용하는 추세가 생겼다.
전남에서는 이번 새 학기에 6개 초등학교와 22개 분교, 2개 중학교, 1개 고등학교에 신입생이 없었다.
4개 초등학교와 10개 분교, 1개 중학교와 1개 분교 1개는 신입생이 단 1명이었으며 분교 4곳은 문을 닫았다.
고령 입학생들은 학년을 통합해 진행하는 복식 수업도 면할 수 있게 해준다.
도교육청은 2개 학년을 합쳐 학생이 6명에 못 미치면 복식 수업을 하도록 했다.

화양남분교의 경우 1학년 5명, 2학년 8명, 3학년 3명인데 이번에 입학한 만학도 3명이 없었으면 1학년과 3학년이 함께 수업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다만 만학도들과 어린 학생과의 '동행'은 아직 조심스러워 보인다.
서로 할머니뻘, 손주뻘인 동급생끼리 수업 진도를 맞추고 면학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게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중도 이탈을 막고 어린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통합 교육 과정이 필요해졌다.
박경남 화양남분교 교감은 "학교로서도 사실상 처음 시도하는 일이니 혼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학생, 교사와 협의해 교육 과정을 탄력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성인 학생들은 아무래도 소규모 학교에 많이 입학하는 만큼 일대일 맞춤형 수업 등 장기적으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며 "방과후 학교, 학력부진 학생 지원 등을 통해 성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어린 학생들은 성취도를 높이는 교육 과정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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