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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잃은 여성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영화 '콜레트'

입력 2019-03-19 10:48  

이름잃은 여성이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영화 '콜레트'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둘 다 또는 둘 중 한 가지를 갖추지 못한 여성 작가는 글을 어떻게 쓰고 또 펴냈을까. 글을 쓸 기회조차 박탈당하거나 글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잃어버린 채 이름 없는 작가로 남았을 것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콜레트'를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콜레트'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벨 에포크(Belle Epoque) 시대, 남편 이름으로 책을 펴낸 여성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954)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프랑스 생 소뵈르의 작은 마을 출신 소녀 콜레트(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바람둥이 소설 편집자 윌리(도미닉 웨스트)와 결혼해 파리로 온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파리 생활은 행복하지 않다.
파리 사교계는 시골 사람인 콜레트를 무시하고 남편 윌리의 바람기는 그칠 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사치하는 윌리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치기까지 한다. 콜레트는 남편을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녹인 소설을 쓰게 된다.
남편 이름으로 출판한 콜레트 소설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소설 주인공 클로딘 이름을 딴 브랜드까지 생기는 등 하나의 신드롬이 된다. 그러나 모든 영예는 소설 저자로 된 남편 윌리에게 돌아간다.
영화에서 "펜을 쥔 사람들이 역사를 움직인다"라는 대사가 대변하는 것처럼 쓴다는 것은 권력을 뜻한다. 그 권력을 가진 자는 윌리로 대표되는 남성이고, 그 반대인 콜레트는 남편에게 저자로서의 이름을 빼앗긴다.
콜레트가 저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으려고 하자 윌리로 대표되는 남성 권력의 억압은 더욱 심해진다. 역사엔 그 이름이 남지 않고 누군가의 아내 또는 엄마로 살아야 했을 수많은 여성을 생각나게도 한다.

콜레트 소설을 윌리가 각색하는 장면을 통해서는 남성이 여성을 보는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이 그대로 드러난다. 윌리를 통해 클로딘은 남성 독자들의 구미에 맞는 소설로 탄생한다.
영화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상징은 비교적 직접적이다. 초반부에 카메라는 남편이 사준 드레스를 입기 위해 코르셋을 조이자 답답해하는 콜레트 모습을 담고 윌리는 콜레트가 글을 쓰지 않자 그를 가둬버리기까지 한다. 윌리가 자신을 도구로 욕망을 실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콜레트는 치마 대신 바지를 입는 등 여성적이라고 규정된 것들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은 관객에게 일종의 해방감을 안겨준다.


'오만과 편견'(2006), '어톤먼트'(2008), '안나 카레니나'(2013) 등을 통해 이미 시대극에 최적화한 배우임을 보여준 키이라 나이틀리는 '콜레트'를 통해 그가 시대극 여왕임을 다시 증명한다. 위트있으며 당당하고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로서의 콜레트 모습에 그 외에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는 남편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이름으로 여러 소설을 발표하고 뮤지컬 배우, 안무가, 연극 연출가로서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시대의 아이콘이 됐으며 프랑스 콩쿠르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K. 롤링은 자신의 롤모델로 콜레트를 꼽기도 했다.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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