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새벽 2시 넘어까지 지식인들과 생방송 '끝장 토론'

입력 2019-03-19 20:40  

마크롱, 새벽 2시 넘어까지 지식인들과 생방송 '끝장 토론'
'노란 조끼' 폭력사태에 작심발언…"SNS 익명성, 거리의 파괴로 분출" 맹비난
8시간 넘겨 새벽 2시 반 종료…일부 청중·패널 토론 끝나기 전 자리 뜨기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연속집회로 초래된 국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국가 대토론에서 지식인들과 새벽 2시 반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종료 시각을 정해두지 않고 진행한 이번 '끝장 토론'은 8시간을 넘겨 새벽까지 이어졌고, 일부 청중은 물론 패널까지도 대통령보다 먼저 자리를 뜨는 이색적인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마크롱은 지난 18일 저녁(현지시간) 엘리제궁에 경제학, 환경과학, 철학, 물리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저명한 교수들과 작가 등 지식인 64명을 초청해 '프랑스의 도전과제와 미래 이슈'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작년 11월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에서 열리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연속시위로 국정이 위기에 몰리자 마크롱이 타개책 제시한 '국가 대토론'(Grand debat national)을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마크롱은 학자들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자신이 펴온 부유세 폐지와 국회의원 3연임 금지 등의 주요 개혁을 강하게 옹호했다.
또 불평등 완화를 위해 좌파진영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속세 인상이나 기본소득 구상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불평등 심화와 부유층의 부 대물림에 대해선 "현대 자본주의의 역기능이지만 그 문제를 토론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추진해온 투자 진흥 정책들을 죽이게 된다. 세금 문제 때문에 이 국가 대토론이 시작됐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마크롱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노란 조끼' 제18차 집회의 방화·약탈 등 폭력사태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노란 조끼는)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일어나는 일을 현실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사람들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서 폭력과 비난을 과도하게 분출한다. 즉, SNS에서 하던 행태를 그대로 거리로 나와서 하는데, SNS의 익명성은 거리에서 복면이 되고, 내 것이 아닌 장소에서 파괴를 자행한다"고 말했다.
사회질서 유지가 필요하다고 작가 파스칼 브루크너가 지적하자 마크롱은 최근 노란 조끼 시위는 "파괴자들의 소요사태였지 집회가 아니었다"고 비난했다.
라디오방송 '프랑스 퀼튀르'가 생중계한 이 날 토론회는 자정을 훌쩍 넘어 다음날 오전 2시 30분까지 8시간 넘게 이어졌다.
토론이 길어지자 청중 일부가 조금씩 토론장을 빠져나갔다. 심지어 패널로 초청된 학자 중에서도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뜨는 사람도 있었다.
마크롱은 이번 토론회뿐 아니라 노란 조끼 위기 타개를 위해 1월부터 총 11차례의 토론회에 직접 참가했다.
1월 15일 노르망디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열린 첫 토론회에도 직접 참석해 여섯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고, 1월 말에는 남부지방의 소도시에서 열린 토론회에 예고도 없이 등장해 지방세 중 하나인 거주세를 3년 이내에 완전폐지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1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주최한 1만건이 넘는 토론회가 조직됐고, 150만명이 넘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 1만6천권 분량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토론에 여러 차례 뛰어들면서 시민의 의구심에 답하는 노력을 보이자 최근 마크롱의 국정 지지율도 반등세를 확실히 탔다.
국정 지지율은 노란 조끼 시위가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초 수준(31% 초·중반대)으로 회복됐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 대토론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취합하고 분류해 국정과제 추진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최근 노란 조끼 집회에서는 대통령 주도의 국가 대토론을 '정부가 국정 실패를 가리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가 대토론'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