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드라마 연출 박찬욱 "흔치 않은 로맨스 스릴러 첩보물"

입력 2019-03-20 19:22   수정 2019-03-20 22:20

첫 드라마 연출 박찬욱 "흔치 않은 로맨스 스릴러 첩보물"
6부작 '리틀 드러머 걸' 공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박찬욱 감독의 첫 TV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이 20일 공개됐다.
이 드라마는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영국 BBC와 미국 AMC가 공동 제작해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방영됐다.
이날 용산의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공개된 작품은 방송 버전을 다시 편집한 감독판이다.
총 6부작 가운데 상영된 1화와 2화에서는 허름한 연극무대와 오디션장을 오가던 무명 배우 찰리가 정체를 숨긴 채 그녀에게 접근한 비밀 요원 가디 베커(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이 모든 작전을 기획한 정보국 고위 요원 마틴 크루츠(마이클 셰넌)를 만나 '현실 세계의 스파이'라는 일생일대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그려졌다.

솔직하고 대담한 여주인공 캐릭터를 비롯해 70년대를 꼼꼼히 구현한 소품과 배경, 화려한 색감 등 박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미장센과 음악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박 감독은 간담회에서 "원작소설이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며 "저를 매료시킨 이런 특징들이 긴장과 추격전, 총격전과 같은 흔한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에 압도돼 희석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TV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것도 원작의 서사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자신을 "방송인"이라고 소개한 박 감독은 "원작을 120분짜리 영화로 옮기려다 보면 이것저것 다 쳐내고, 인물을 없애거나 축소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면서 "사실 6개 에피소드도 많이 줄인 것으로, 작품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TV 드라마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원작소설을 읽고 판권을 가진 제작사에 먼저 연출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그리스, 영국, 체코 3개국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김우형 촬영감독을 제외하고는 유럽 스태프가 참여했다.
박 감독은 "로케이션은 재미있었지만,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에서는 영미권에 비교하면 감독에게 촬영횟수를 많이 주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제작비 한계 때문에 6시간 넘는 분량을 80회에 촬영해야 했습니다. 영화 3편 분량을 제가 (한국에서) 영화 한 편 찍을 때 분량으로 찍어야 했던 점이 가장 어려웠죠. 다행히 촬영감독이 순발력 있게 움직여줘서 무사히 촬영횟수를 초과하지 않고 잘 찍었습니다."
박 감독이 감독판을 별도 선보인 것도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감독판은 VOD(주문형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를 통해서, 방송 버전은 채널A에서 29일부터 각각 공개된다.

박 감독은 감독판과 방송 버전은 "꼼꼼하게 보면 디테일 면에서 모든 것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편집 자체가 다른 것도 있고, 똑같은 편집인데 테이크가 다른 것도 있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가 다를 때도 있었는데, 감독판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담았다"고 했다.
이어 "BBC는 폭력묘사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대해 엄격하다"면서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들어낸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판에서는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방송 시간을 맞추다 보니 후반 작업 시간이 너무 짧았다. 편집을 오래 해야 서로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데, 정신없이 편집해서 방송하기에 바빴다"면서 "감독판을 통해 사운드, 음악, 색 보정까지 시간과 공을 들이다 보니 더 세련되게 발전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술에도 공을 쏟았다. 박 감독은 영화 '핑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디 아워스' 등에 참여한 미술감독 마리아 듀코빅과 호흡을 맞췄다.
박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마리아 듀코빅과 일하게 돼서 행운이었다. 처음부터 그분과 함께 작업하겠다고 요구했다"면서 "그와 많은 대화를 통해 1979년 시대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고 자동차, 전화, 녹음기, 도청장치 같은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아날로그 향수를 자아내는 설정을 살리려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떠올렸다.
박 감독은 드라마이다 보니 매회 끝 장면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은 찰리라는 인물의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다"며 "성장 과정에서 고비마다 마주치는 중요한 사람이나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대상을 만나는 장면으로 끝내려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동서 냉전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박 감독은 "1980년인 원작 배경을 1979년으로 바꾼 것도 1979년이 유럽 극좌파 테러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해 유럽 각지에서 많은 사건을 일으킨 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학이나 드라마, 영화를 통해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전혀 몰랐지만, 원작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뒤로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서 알게 됐죠. 한국 시청자들도 제가 겪었던 과정을 이 드라마를 보면서 겪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나라도 분단, 냉전, 남북 대결 속 군사전쟁의 위험을 겪고 있는데, 세계 다른 나라 사람이 전혀 관심이 없다고 하면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이지만 수십 년 동안 계속 되풀이된 폭력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관심을 갖고 지켜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이날 한 외신은 박 감독이 차기작으로 서부극 스릴러 영화 '브리건즈 오브 래틀크리크(The Brigands of Rattlecreek)'를 연출한다고 보도했다.
박 감독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준비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되지 않았다"며 "아직 투자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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