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가요박물관 '친일 행적' 박시춘 놓고 논란

입력 2019-03-21 17:13  

밀양시 가요박물관 '친일 행적' 박시춘 놓고 논란
"친일 사과하고 시민 자산화" vs "독립운동 성지에 부적합"



(밀양=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밀양시가 지역 출신 유명 작곡가들을 중심으로 '가요박물관'(가칭) 건립을 추진하자 중심인물인 박시춘(1913∼1996)의 친일 행적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밀양시와 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애초 정부 공모사업으로 100억원 규모로 박시춘을 비롯해 밀양 출신 유명 작곡가를 망라하는 가요박물관을 추진하다 공모사업이 여의치 않자 30억원 정도로 규모를 축소했다.
이 가요박물관에 전시될 인물은 박시춘을 비롯해 '석별'과 '웨딩드레스'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정풍송, '머나먼 고향'을 만든 박정웅 등이 있다.
박시춘은 최고의 히트곡 '애수의 소야곡'을 비롯해 '감격시대'(1939), '비단장사 왕서방'(1939), 그리고 '어머님 전상서'와 '모란강 편지'(1939) 등을 남겼다.
그는 5·16 이후 한국연예협회 회장·예총 부회장 등을 역임했고, 대중음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인정돼 1982년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제2차대전이 절정이던 1943년 친일가요 '아들의 혈서', '결사대의 아내' 등을 작곡한 행적은 오점으로 남았다.
손정태 밀양문화원장은 이에 대해 "박시춘의 친일 전력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한국 가요사에 그만한 인물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그의 자녀가 고향 밀양에 가요박물관이 들어서면 선친의 친일 행위를 사과하면서 유품 150여점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혀왔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박시춘의 친일 문제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되 그의 유품은 묵혀 둘 것이 아니라 밀양시민의 자산이 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자녀들도 그동안 부친의 친일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죄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박시춘은 다양한 악기를 다뤘던 생전 활동만큼이나 피아노·아코디언·기타·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남겼다. 여기에다 연미복, 지휘봉, 악보, 가구 등을 자녀들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원장은 밀양에서 박시춘의 유품으로 특별기획전을 한 차례 연 다음 유족이 밀양시민에 기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시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장영우 의원이 박일호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문을 통해 가요박물관 추진에 따른 각종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애초 100억원 규모의 정부 공모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는데 공모사업에서 제외되자 30억 규모로 축소, 공립박물관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 변경 과정에서 의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애초 100억 규모 공모사업을 전제로 승인한 용역비 1억8천만원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도 문제라고 따졌다.
장 의원은 "친일 작곡가 박시춘이 독립운동 성지인 밀양시민 정서에 맞는다고 보느냐"고 묻고 "일제 정책을 정당화하고 찬양한 군가를 지은 박시춘을 담는 박물관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시민 정서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겠지만 이를 원하는 시민들도 있다. 의열기념관 건립 때도 논란이 많았다"며 "약산 김원봉 월북 사실을 적시하겠다고 하고 지었고 가요박물관도 그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개인을 부각해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밀양 출신 음악가들의 음악 세계를 두루 보여줘 시민들의 자산으로 만들면서 밀양을 알리는 또 다른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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