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폭탄테러 3주년…테러 흔적 사라졌지만 아픔은 계속

입력 2019-03-22 09:48  

브뤼셀 폭탄테러 3주년…테러 흔적 사라졌지만 아픔은 계속
잇단 테러·테러 기법 다양화로 일상이 된 '테러 공포'
테러 위협 편승한 '가짜 테러 신고' 이어져 혼란 부추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퇴근길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는 21일 오후 5시, 브뤼셀 시내 유럽연합(EU) 본부 인근의 지하철 1·5호선 말벡역 안.
지하철 출입구 옆의 벽면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 빨간색으로 그려진 하트 표시와 함께 까만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사랑하는 엄마, 당신은 우리의 가슴속에 항상 있어요",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16년 3월 22일 이곳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희생된 16명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추모판이다.

일상에 쫓기는 대부분의 사람은 추모판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서둘러 갈 길을 가지만 추모판 밑에 덩그러니 놓인 3개의 꽃다발은 아직도 그날의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앞.
스테인리스 철제로 된 대형 조형물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지만, 흰색과 노란색 장미로 만들어진 화환 두 개가 놓여 있다.
조형물의 일부분인 철판 위에는 '테러 공격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추모비다.
유럽의 심장부로 불리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지 22일로 3년이 됐다.

지난 2016년 3월 22일 오전 브뤼셀 국제공항과 말벡 지하철역에서 1시간 가량 시차를 두고 잇따라 폭탄테러가 발생해 32명의 무고한 시민이 생명을 잃고, 300여명이 다쳤다.
당시 테러는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총격 테러를 저지른 테러 용의자 가운데 유일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브뤼셀의 몰렌벡에서 은신해 있다가 경찰에 체포된 뒤 4일만에 벌어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파리 총격 테러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전 세계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3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제 테러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지만,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여전히 브뤼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그리고 뇌리에 똬리를 틀고 있다.
브뤼셀 외곽에 거주하는 교민 김 모 씨는 "지인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벨기에 남성이 출장을 다녀오면서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만났지만 운 좋게 피했으나 말벡역에서 희생됐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했다.
벨기에 정부는 작년 1월 테러 경보 수준을 두 번째로 높은 3단계에서 브뤼셀 테러 이전처럼 2단계로 내렸다.
테러의 악몽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나 주요 관공서 건물 앞은 물론 지하철역과 공항, 광장 등에는 여전히 무장 군인들이 중무장을 한 채 2~4명씩 조를 이뤄 순찰하고 있다.
테러 직후 1년여 동안과 비교하면 그 숫자는 줄었지만, 아직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랑플라스를 비롯해 브뤼셀의 관광명소나 쇼핑가 주변, 주요 건물 앞 도로에는 흉물스러운 대형 콘크리트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차량을 이용한 테러를 막기 위한 조치이다.
일부 시민과 관광객들은 "무장 군인을 보면 오히려 안심이 된다"고 말할 정도로 테러의 공포는 깊이 뿌리박혀 있다.

테러의 공포가 브뤼셀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짓누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이다.
그뿐만 아니라 브뤼셀 테러 이후 벨기에는 물론 니스, 런던, 바르셀로나, 스톡홀름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테러가 잇따르면서 '테러'라는 유령은 더욱 기세를 부리고 있다.
테러수법도 다양해져 폭탄이나 총기는 물론 일상생활의 필수품인 차량을 이용한 테러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테러의 무풍지대를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테러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장난삼아 혹은 호기심에서 가짜 테러 위협을 유포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해 대테러 당국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더 큰 혼란과 불안을 조장하는 점이다.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두 곳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다음 날 벨기에에서는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제2의 도시 앤트워프의 중앙역을 자동소총으로 테러하겠다는 익명의 메시지가 접수돼 당국이 바짝 긴장했다.
경찰이 이 협박 메시지를 추적해 신고자를 체포했더니 이 20대 청년은 "장난삼아 그랬다"며 선처를 호소해 많은 사람을 허탈감에 빠뜨렸다.

또 지난 18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19일엔 EU 본부 인근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시민들이 대피하고 경찰이 긴급 수색에 나서는 등 긴박하게 대응했지만 , 이 역시 가짜신고로 판명됐다.
브뤼셀 연쇄 폭탄 테러 3주년을 하루 앞둔 21일엔 브뤼셀 시내의 우편물센터에서 독성물질로 의심되는 백색 가루가 담긴 소포가 발견돼 경찰과 소방대원이 긴급 출동하고 우편물센터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국은 가짜 테러 신고를 엄벌하고, 형사적 책임과 함께 가짜 신고로 인한 손실·시민들의 불편 등을 감안, 민사소송을 제기해 막대한 손해배상을 추진하지만 가짜 신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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