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돌연 철수' 北, 사흘 만에 일부 복귀 배경 주목

입력 2019-03-25 16:32   수정 2019-03-25 18:04

'연락사무소 돌연 철수' 北, 사흘 만에 일부 복귀 배경 주목
트럼프 "추가제재 철회 지시" 발표 이틀만…北 내부 해프닝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지난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했던 북측이 사흘 만인 25일 일부를 전격 복귀시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0분께 북측 인력 가운데 일부가 복귀해 평소의 절반 수준인 4∼5명 정도의 실무직원이 연락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주 22일 철수 통보를 해올 때까지만 해도 북측이 '상부의 지시'라는 설명만 남긴 채 인력 전원을 갑작스레 철수했던 만큼 주말이 지나자마자 일부가 평상시처럼 '정상 출근'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단 현재로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철수와 복귀는 내부적인 절차와 관련된 '해프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작년 말 '부패와 전쟁'을 선포한데 이어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내부 기강 확립에 집중하고 있어, 남쪽과 접촉하는 최일선에 있는 연락사무소 근무자들은 더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내부적 문제로 전원이 금요일에 철수했다가 일부만 복귀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평상시에도 북한은 매주 토요일마다 전 주민을 대상으로 생활총화(한 주간 조직에서 자기의 사상을 총화 받고 남을 비판하는 회의) 등 사상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의 이번 행보를 '트럼프 효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공교롭게도 당초 북측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미국 재무부의 대북제재 단행 소식이 알려진 지 약 6시간 만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해 제재를 하는 등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또 불법 환적 등을 한 의심을 받는 선박들을 무더기로 추가한 불법 해상거래에 대한 주의보를 갱신해 발령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23일 오전 트위터에 "추가적 대규모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전격으로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한 제재가 언제, 어떤 제재인지를 명시하지 않아서 전날 이뤄진 제재의 철회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다음 주에 있을 대규모 추가제재였던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대북압박에 신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 발언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북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지 이틀 만인 이날 일부 인력이 연락사무소에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일방적 철수 통보 조치에 대한 남측 내부의 부정적 여론에 대한 부담감에 철수조치를 철회했을 것이라는 관측은 내놓았다.
여·야·정은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 결정 직후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고, 일부에서는 북한이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거센 비판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3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와 관련해 "우리와는 아무 상의도 없는 북한의 일방적인 철수는 참담한 결과"라며 "이게 이 정부가 북한에 그렇게 정성 들인 결과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측의 조치로 문재인 정부가 코너로 몰리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일방적인 철수조치를 접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 당국간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북측의 조치가 있고 사흘 만에 북측의 조치가 번복됐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당시 북측의 철수 통보에 대한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의 '일시 철수' 조치와 관련해 '과도한' 해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sh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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