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가족의 학대를 피해 달아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자매가 망명에 성공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림과 라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사우디 자매가 공개되지 않은 제3국으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올해 20살과 18살이 된 이 자매는 수년간 탈출을 계획하며 비밀리에 5천달러(약 566만원)를 모은 뒤 지난해 9월 스리랑카로 여행을 갔다가 도피해 경유지인 홍콩 국제공항에서 사우디로 돌아가지 않고 호주 멜버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호주행 항공권은 취소됐고 주홍콩 사우디 총영사가 공항에 나타나 이들을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다.
자매는 실랑이 끝에 간신히 공항을 빠져나왔지만 여권이 취소돼 홍콩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이들은 아버지와 오빠들로부터 구타를 당했으며 노예처럼 취급받았다고 주장하며 제3국 망명을 요청했다.
자매 중 동생인 라완은 망명 허가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이건 현실이야 실제로 일어났어'라고 소리쳤다"며 "안심이 되고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들이 사우디로 강제 송환됐다면 남성 보호자의 허가 없이 집을 떠난 데다 이슬람교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탈출을 시도한 혐의로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가족 중 남성 보호자가 출국·교육·취업·결혼 등 여성의 법적 행위를 승낙하는 권한을 갖는 '마흐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사우디 여성이 남성 가족의 통제와 억압을 피해 해외로 달아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사우디의 18세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이 태국 방콕에서 가족의 눈을 피해 망명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알-쿠눈은 캐나다 망명에 성공했다.
같은 달 아버지의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사우디 여성 노주드 알만딜은 트위터로 구원을 요청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국제앰네스티 중동센터의 린 말루프 소장은 "어떤 여성도 림과 라완처럼 생명에 위협을 느껴야 해서는 안 된다"며 "사우디는 시급히 남성 보호자 제도를 개혁하고 여성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차별적인 법과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가족 억압 피해 도망친 사우디 자매, 제3국 망명 성공/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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