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그룹의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전격 퇴진했다. 박 회장의 사퇴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실 회계처리가 초래한 시장 혼란에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이다. 자구계획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사활을 걸었던 박 회장으로서는 부실 회계처리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신뢰가 무너지자 경영정상화 최후 수단으로 어쩔 수 없이 용퇴를 택한 것 같다. 채권단이 경영정상화 지원 조건으로 박 회장의 퇴진을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 회장은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에 '한정' 의견을 내면서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제출기한을 하루 넘긴 지난 22일 '한정' 의견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자 아시아나항공 주식은 바로 거래가 정지되고, 25일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6일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정정된 감사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지만, 이런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보는 시장의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수정한 감사보고서에서 수정 전보다 부채는 늘었고, 영업이익은 3분의 1로 줄었다. 부채를 숨기고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은 분식회계의 대표적 형태로 볼 수 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비핵심자산의 매각과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달 말 종료되는 MOU를 다시 살려내야 하는데 부실회계로 추락한 신뢰가 박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박 회장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달려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에서 퇴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 회장의 다급한 사정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렇더라도 기업인이 의도성이 짙은 회계부실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과는 별개로 부실회계 처리와 관련,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용이나 부채를 숨기고 이익을 부풀렸다면 범죄도 큰 범죄다. 감사인이 꼼꼼히 들여다보고 부실 부분을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과거 대우해양조선 분식 사태 등과 다를 게 없는 사달이 나지 말란 법이 없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신뢰를 회복하면 채권단도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을 아시아나항공 쪽으로 넘겼다. 아시아나항공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시장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다른 주주들을 위해 부실회계 처리 경위를 분명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박 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대주주로서 아시아나 경영정상화 노력은 함께 하길 바란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이나 이번 박 회장의 용퇴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업 총수라도 경영상의 심각한 잘못이 있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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