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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①국민투표 후 2년 10개월…어디까지 왔나(하)

입력 2019-03-31 07:00  

[브렉시트] ①국민투표 후 2년 10개월…어디까지 왔나(하)



-- 영국과 EU가 합의에 도달했는데 왜 브렉시트가 지연되고 있나.
▲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것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각각 양측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와 별개로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만약 하원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승인되면 이후 이행법률 심의를 거쳐 탈퇴협정의 정식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한다.
탈퇴협정 비준동의는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뒤 21 회기일 내에 반대 결의가 없으면 자동 통과된다.
그러나 영국 하원은 지난 1월 중순 열린 첫 번째 승인투표를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로는 사상 최대인 230표 차로, 2차는 네 번째로 큰 149표 차로 각각 부결했다.
-- 왜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했나.
▲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원 650명 중 하원의장 등 표결권이 없는 인원을 제외한 639명의 과반, 즉 320명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제1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자유민주당, 민주연합당(DUP),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등 야당이 제각각의 이유로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정적으로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DUP가 합의안에 반대하면서 메이 총리는 승인투표에서 연속으로 고배를 마셨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지난 2017년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오히려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을 상실하자 DUP와 이른바 '신임과 공급'(confidence and supply) 합의를 맺었다.
의회에서 10석을 확보한 DUP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정부가 아니라 영국 정부와 연합을 추구한다.
합의에 따르면 DUP는 정부 입법계획을 담은 '여왕 연설'과 예산안, 세입·세출 관련 법안 등 정부 제출 핵심 법안을 지지하고, 총리 불신임안이 상정되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대신 보수당 정부는 북아일랜드 인프라와 보건, 교육 등을 위해 10억 파운드(약 1조5천억원)를 추가 지출하기로 약속했다.
DUP는 통상의 연립정부와 달리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동안 메이 정부를 뒷받침했던 DUP 소속 의원 10명은 그러나 브렉시트 승인투표에서는 메이 총리의 반대편에 섰다.
아울러 1차 승인투표에서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중 118명이, 2차 승인투표에서 75명이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DUP는 왜 메이 총리 합의안에 반대하나.
▲ 가장 큰 이유는 EU 탈퇴협정에 포함된 '안전장치'(backstop) 조항 때문이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 중에도, 합의에 도달한 뒤에도 끊임없이 '뜨거운 감자'였다.
현재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사실상 국경이 없다. 인적·물적 이동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수백 년 간 영국이 지배하고 있던 아일랜드가 1949년 영연방에서 완전히 독립할 때 아일랜드계 구교도(가톨릭)보다 영국계 신교도가 많은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로 남았다.
하지만 영국이 소수 가톨릭계 주민에 대해 차별적 정책을 취하면서 신·구교도 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갈등은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가 벨파스트 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을 맺으면서 봉합됐다. 협정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통행과 통관을 보장하는 대신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포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북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아일랜드 국민에게도 영국 국민과 똑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갑자기 국경에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하드 보더·hard border)가 부활하고, 이로 인해 예전과 같은 충돌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안전장치'는 이같은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영국과 EU가 별도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하면 별도 종료 시한이 없어 영국이 영원히 이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으면 제3국과 자유로운 무역협정 체결이라는 브렉시트의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어떤 장벽도 없어야 한다는 DUP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 승인투표 부결 후 영국 정부의 대응은.
▲ 지난 1월 중순 첫 번째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안전장치'에 발목이 잡혀 큰 표차로 부결되자 메이 총리는 EU와 재협상을 진행했다.
메이 총리는 결국 지난 11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영국이 영구적으로 '안전장치'에 갇히지 않도록 법적 문서를 통해 보장하는 한편, 영국에 일방적 종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완책에 합의했다.
그러나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상이 여전히 영국이 EU 동의 없이 '안전장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의 법률검토 결과를 내놓자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DUP는 이달 중순 열린 제2 승인투표에서도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 영국은 왜 브렉시트를 연기했나.
▲ 당초 영국 정부는 제2 승인투표에 이어 제3 승인투표를 열어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제동을 걸었다.
버커우 의장은 동일 회기 내에 실질적으로 같은 사안을 하원 투표에 상정할 수 없도록 한 의회 규약을 근거로 메이 총리가 기존에 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또다시 승인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이 다가오자 메이 총리는 "의회에 조금 더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EU에 브렉시트 시기를 6월 말까지 3개월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EU는 이번 주까지 영국 하원이 EU 탈퇴협정을 승인할 경우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수정 승인했다.
만약 아무런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4월 12일까지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 뒤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버커우 하원의장의 반대로 승인투표가 불가능해지자 메이 총리는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묶어 표결에 부쳤던 이전 승인투표와 달리, 29일 EU 탈퇴협정만 다시 의회 표결에 부쳤다.
그러나 영국 하원은 이마저도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58표차 부결했다.
이전 승인투표에 비해 찬성표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DUP(10표)와 보수당 내 일부 브렉시트 강경론자(34표)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 영국 앞에 남은 길은.
▲ EU 탈퇴협정마저 부결되면서 영국은 이제 4월 12일 이전에 '노 딜' 브렉시트나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동안 막연하게 우려됐던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노 딜'이 발생할 경우 영국은 물론 EU 역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파국을 막기 위해 영국이 브렉시트 '장기 연기'를 선택하고 EU가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하원의 표결 결과가 발표되자 다음달 10일 임시 EU 정상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영국 정치권의 막판 합의 가능성은.
▲ 영국 하원은 4월 1일 브렉시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할 예정이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앞서 영국 하원은 지난 27일 8개의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의향투표를 실시했지만 단 한 개도 과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다만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J는 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8표차 부결했고, 어떤 브렉시트 안도 반드시 제2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옵션 M은 가장 많은 268표의 찬성표(반대표 295표)를 얻어 추가 승인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의향투표에서 EU 관세동맹 잔류를 결정하면 정부가 이를 토대로 EU와 '미래관계 정치선언' 재협상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영국 정치권이 해법을 찾기 위해서 일단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한 뒤 조기총선을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정치 지형에서는 도저히 합의점에 이르기 어려운 만큼 아예 새 판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제1야당인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그동안 조기 총선 개최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메이 총리는 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몰린 메이 총리나 보수당이 전격적으로 조기 총선 카드를 스스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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