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 '제주4·3 예비검속 희생자 위령제' 열려

입력 2019-04-02 14:35  

한일 공동 '제주4·3 예비검속 희생자 위령제' 열려
제주4·3한라산회,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주관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한국 현대사의 비극 가운데 하나인 제주4·3 당시 예비검속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71주년 제주4·3 에비검속 희생자 위령제'가 2일 오전 제주시 옛 주정공장 터에서 봉행됐다.

제주4·3 예비검속희생자 위령제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제주4·3한라산회와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가 주관한 이 날 위령제에는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 단체 관계자, 재일동포와 일본인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오키나와를 기반으로 제주4·3을 생각하는 일본인 모임인 제주4·3 한라산회(회장 우미세도 유타카)는 매년 4·3 추념식에 제주를 찾고 있다.
4·3의 산증인인 재일동포 김시종 씨는 "이리 살아서 옛 주정공장 터에 서 있는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1948년 10월 말께 이곳 인근 해안 자갈밭에서 손목이 철사에 묶인 채 뼈가 드러나 밀려온 시신 2구를 봤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 무렵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이 수장된 시신이 뭍에 올라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수용소 내에서 학살돼 굴에 파묻힌 수십구의 시신들 속에서 혈육을 찾기 위해 역한 냄새를 참아가며 맨손으로 시신들을 파헤치던 모습 역시 생생히 기억한다"고 당시 참상을 증언했다.
김씨는 "1950년 예비검속 과정에서 미군 상륙정에 실려 수장된 이들의 시신은 해류를 타고 일본 대마도로 흘러갔다"며 "대마도 사람들은 수백구의 시신을 화장 또는 매장하다가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뗏목을 만들어 시신을 쌓아 떠내려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는 바로 그런 곳"이라며 "오늘 기도를 해주시는 분들도 이를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주정공장 터는 4·3 당시 남로당원으로 활동하며 발전소 폭파 임무를 맡았던 14살 소년이 가족과 함께 공개 처형당한 곳이기도 하다"며 그의 넋 또한 함께 기려줄 것을 참석자들에게 부탁했다.
남로당 당원이었던 김씨는 1949년 일본으로 피신해 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며, 사회주의운동을 해왔다.
1950년을 전후해 당시 대마도로 흘러온 시신들을 정성껏 거두고 넋을 위로했던 에토 히카루씨(2007년 작고)의 아들 에토 유키하루 씨는 "수백구의 시신을 돌본 아버지는 의연했다"며 "다시는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에토 유키하루씨는 2007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공양탑을 대마도에 세우고, 매년 제를 지내왔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4·3 당시에 이 주정공장에서 수천 명의 수용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문을 당했으며, 그중 일부는 바다에 수장되거나 총살됐다"며 "이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열어준 제주4·3한라산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 김영철 심방이 집전한 위령 굿은 신들을 청하는 초감제, 용왕신이 오가는 길을 치우고 닦아 문을 여는 제차인 요왕맞이, 모든 신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의미의 도진 순서로 진행됐다.

제주 예비검속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전국 요시찰인 단속 및 전국 형무소 경비의 건(1950.6.25)', '불순분자 구속의 건(1950.6.29)', '불순분자 구속처리의 건(1950.6.30)' 등의 지시가 중앙에서 제주경찰국에 하달되면서 제주도 내 각 지역 경찰서가 예비검속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양민들이 '공산폭도', '불순분자' 등으로 몰려 집단희생된 사건이다.
1948년부터 예비검속 이전에도 주정공장 수용소에서는 광기 어린 학살이 벌어졌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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