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보금자리 잃었으나 "불편 감수해야죠"…배려하는 이재민들

입력 2019-04-06 21:58  

[강원산불] 보금자리 잃었으나 "불편 감수해야죠"…배려하는 이재민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안도…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 손길에 고마움 표해


(고성·속초=연합뉴스) 홍창진 손형주 김철선 기자 = 강원산불 사흘째인 6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안도하면서 하루빨리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다.
잃어버린 집 생각에 마음 편히 두 다리를 뻗을 수 없고, 급히 마련된 대피시설은 이재민들의 생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하지만 서로 배려하며 고통을 나누고 있었다.
이재민 600여 명 중 가장 많은 120여 명이 지내는 고성군 천진초등학교 강당은 세 번째 밤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대피소 앞에서는 구세군이 이재민과 봉사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피자 60판과 치킨 60마리 등 식료품을 제공했다.
통신사 등 여러 기업에서는 보조 배터리를 제공하고 임시 휴대전화를 대여해주는 등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재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한 외신기자는 천진초등학교 이재민 대피소를 배경으로 방송을 하기도 했다.
군청 관계자는 각 임시 천막을 돌며 수건과 비누, 양치 도구 등을 나눠줬고, 고성군보건소 응급지원반 관계자 여섯명은 소화제 등 의약품을 나눠줬다.

반쯤 열린 천막에서는 대피소로 피신한 가족들이 서로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강당에서 이재민들은 마을 주민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화재 현장을 보도하는 뉴스를 지켜봤다.
천진초등학교 대피소에서 이틀째 밤을 보내고 있는 이재민 최선경(60)씨는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에 있던 집이 홀라당 다 타버렸다"며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는데, 대피소 시설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많은 사람이 있어도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고 서로서로 배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첫날 반려견을 대피소에 데려올 수 없어 현관에서 같이 잤던 그는 "오늘은 반려견을 집에 두고 왔다"며 "비도 내리는데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이재민들은 대피소 생활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여성 이재민은 "100여 명이 사는 임시 대피소에 세탁기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남자 화장실에 있어서 이용하기 불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피소 관계자는 "급하게 세탁기를 설치하다 보니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현재 세탁기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달랬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토박이라는 장모(56)씨는 "집을 나오면 어쩔 수 없이 불편하다"며 "씻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그래도 내일부터 목욕차가 지원 온다는 소식을 들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장씨는 "여러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 시끄럽다"며 "하지만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빨리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며 "정부가 조속히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천진초등학교 임시 대피소를 지원하는 민간 구호단체 희망브릿지 관계자는 "공기가 탁해 답답하다는 민원이 자주 있어 공기청정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밤이 되면 춥다는 의견이 있어 여분의 속옷 등을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20채가량이 불에 탄 인흥3리 마을회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30여 명의 주민으로 가득 찼지만, 오늘은 마을회장을 비롯해 5명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시설이 불편을 느껴 군청에서 마련해준 별도의 임시 대피소에 가거나 친척 집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마을이 비교적 외진 곳에 있어 구호품이 늦게 도착했고, 이날까지도 단수 등 여러 불편함을 겪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을노인회장 이석봉(79)씨는 "어제 장관하고 높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나서 단수나 구호품 문제 등이 해결됐다"며 "그전까지는 얇은 이불을 덮고 마을회관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가장 막막한 것은 임시 거주지"라며 "마을 주민들이 다 농사짓는 사람들인데, 농사짓는 곳과 멀어지면 안심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 산불대피소인 마을회관에 임시거주하는 이모(76)씨는 "정부가 산불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다행스럽다"며 "방 하나를 빼고 집 전체가 불에 타 기막힌 상황인데 어서 복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대피소의 전기,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밥과 반찬을 마련해오는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이재민은 "이제 산불이 완전히 진화됐다는 소식을 아는 사람이 전해줬다"며 "정부 예산 지원을 통해 재해복구가 속히 완료돼 대피 생활을 빨리 마치기 바란다"고 말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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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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