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강한 혼효림 조성해야' vs '동해안은 소나무밖에 없어'

입력 2019-04-08 15:59  

'산불 강한 혼효림 조성해야' vs '동해안은 소나무밖에 없어'
강원산불 피해 지자체, 산림 복구 앞두고 수종 선택 고심

(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최근 산불로 울창한 숲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한 강원 동해시 망상동의 한 야산.

산불로 타버린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자 화마가 덮친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숲은 지난 4일 밤 인근 강릉시 옥계면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불길에 한순간 숯덩이로 변했다.
사방을 둘러봐도 불길에 취약한 소나무밖에 없어 피해가 컸다.
주민 조모(63)씨는 8일 "소나무가 경관은 좋지만 앞으로 불을 막으려면 소나무만 심으면 안 되겠다"며 "소나무 잎은 생것도 불이 붙는 점을 고려하면 활엽수와 섞어 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산불이 시작된 강릉시 옥계면도 대부분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가 주종을 이뤄 혼효림을 찾아보기 어렵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혼효림은 불의 이동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산불 피해지역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영동지역 지방자치단체는 혼효림이 이론상으로는 맞지만, 지질이나 기후 특성상 한계가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영동지역은 지질이 마사토인 데다 우점종이 소나무여서 다른 나무를 심어도 결국 소나무 숲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2000년 산불이 발생한 강릉시 사천면의 경우 산불 예방 차원에서 참나무를 섞어 심었으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단풍나무, 자작나무 등을 섞어 심은 곳도 숲으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소나무보다 송진이 적어 산불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낙엽송이나 잣나무도 동해안에서는 실패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영동지역은 참나무 등 산불에 강한 다른 수종을 섞어 심더라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결국 소나무가 우점종이 된다"며 "어떤 나무를 심어도 소나무 외에는 대체 수종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산림 전문가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협의체를 만들어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수종을 선택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산불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참나무 등으로 방화수림대를 구축하면 산불이 나더라도 진행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바람이 강한 동해안에서는 심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방풍 시설을 갖추고, 지속해서 관리해야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할 수 있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 교수는 "그 지역에 잘 자라는 나무가 제일 좋은 만큼 일부는 소나무를 심고, 소나무와 연결된 지역은 혼효림을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어떤 나무를 심느냐보다는 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숲 가꾸기 사업 등을 통해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 4일 고성, 강릉,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서 소실된 임야는 530㏊로 잠정 파악됐다.
도는 산불 피해지 정밀 조사를 마친 뒤 기후와 토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역에 적합한 수종을 심을 방침이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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