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5·18 행불자' 진상 밝힐 조사위 조속히 구성해야

입력 2019-04-08 16:53  

[연합시론] '5·18 행불자' 진상 밝힐 조사위 조속히 구성해야

(서울=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들의 진상은 밝혀낼 수 없는 걸까? 광주시와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들은 1997년부터 '5·18 행방불명자' 소재 찾기에 나섰다. 행불자들은 대다수가 계엄군에 의해 살해됐으며 암매장됐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22년간 11곳의 암매장 의심지역을 파헤쳤지만 허사였다. 단 1구의 유골도 찾아내지 못했다. 행불자 찾기에 나선 지 22년이 지났지만, 진상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가려 있다.

'5·18 행불자'로 신고된 사람은 모두 242명으로 광주시가 인정한 행불자는 82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2001년 광주 망월동 5·18 옛 묘역의 무명열사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신원이 밝혀졌다. 나머지 76명의 행방은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행불자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군 문건이 나와 오월단체들은 진실의 한 자락이라도 드러내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됐다. 5·18 당시 계엄군이 공군 수송기로 '시체'를 옮겼다는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5·18 때 광주 외부로 군인이 아닌 시신이 옮겨진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문건이다.

육군본부가 1981년 6월 작성한 '소요진압과 그 교훈'이라는 문건에는 5·18 당시의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이 적혀 있다. '광주사태의 종합분석'이라는 부제로 5·18이 발생한 지 1년 후에 만들었으며 비밀로 분류된 문건이다. 이 문건의 5월 25일 기록에서 광주-김해 구간을 오간 공군 수송기 지원 현황의 비고란에 '시체(屍體)'라고 적힌 한자가 확인됐다. 김해에서 의약품과 수리부속품을 싣고 광주로 왔던 공군 수송기가 돌아가면서 시체를 운송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18 당시 사망한 군인은 '시체'로 표현하지 않고 '영현(英顯·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부르는 말)'으로 기록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군 수송기가 김해로 옮겼다는 '시체'는 5·18 행불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른 문건에선 관련 기록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누락한 정황도 발견됐다. 공군이 5월 21~29일 작성한 '5·18 광주소요사태 상황전파자료'에는 문제의 5월 25일 치 운송 화물에 대한 기록이 수정액으로 지워져 있다. 육군본부가 작성한 '계엄사' 문건에도 유독 5월 25일 자 광주-김해 운항 기록만 빠져 있다. 군 수송기로 옮겼다는 '시체'가 5·18 행불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짙게 하는 대목이다.

행불자를 포함해 5·18 진상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다. 최초 발포 책임자와 경위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헬기 사격도 마찬가지다. 성폭력과 고문의 실상은 작년에야 비로소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다. 그러나 진상을 규명할 조사위는 기약 없이 표류 중이다. 진상규명조사위 구성은 작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9월부터 시행된 '5·18 진상규명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조사위는 '5·18 망언'과 '조사위원 재추천' 문제가 불거지면서 7개월째 출범도 못 하고 있다.

5·18과 관련된 의혹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광주의 아픔은 치유될 수 없다. 행불자 문제도 그중 하나다. 여야 모두 합심해서 하루라도 빨리 진상규명조사위를 구성해서 진실의 문에 다가서도록 해야 한다. 정파적 이익에 따라 5·18을 정쟁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5·18 진상을 밝히는 일은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의 중차대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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