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통지서 전달 안 했다고 처벌하다니" 법원, 위헌심판 제청

입력 2019-04-09 15:24  

"예비군통지서 전달 안 했다고 처벌하다니" 법원, 위헌심판 제청
울산지법 김경록 판사 "국가가 개인에게 의무 떠넘겨선 안 돼"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예비군 훈련 통지서를 남편에게 전달하지 않은 이유로 아내에게 죄를 묻는 것은 정당할까, 부당할까.
경남 양산에 사는 A(27)씨는 지난해 9월 21일 남편의 예비군 훈련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이를 남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이어 10월 8일에도 통지서를 받았는데 역시 전달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에게 예비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공판 없이 벌금·과료 등을 내리는 절차다.
예비군법 6조는 '예비군 대원 본인이 없을 때 소집통지서를 받은 세대주나 가족은 지체 없이 본인에게 통지서를 전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15조 10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거나 지연·파기하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그러나 검찰과 판단을 달리했다.
울산지법 형사21단독 김경록 판사는 훈련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예비군법 제15조 10항 전문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법률 조항의 입법 경위를 살폈다.
해당 조항은 1972년 옛 향토예비군 설치법 개정으로 신설된 것인데, 당시 국회 기능을 대신하던 비상국무회의에서 가결됐다.
통지서가 예비군 대원 본인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예비군 훈련이나 동원 명령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대원 역시 훈련 미이행에 대해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규정이다.
그러나 통지서 전달 의무를 위반하면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위헌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우선 '책임과 형벌 간 비례성 원칙 위반'이다.
세대주나 가족이 대원 본인과 함께 거주한다는 이유로 통지서 전달 의무를 부여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행위 책임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나아가 휴대전화나 전자우편이 보편화한 시대에 국가가 통지서 송달 의무를 개인에게 넘기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두 번째는 '형벌 체계상 균형성과 평등원칙 위반'이다.
현행 예비군법은 대원 본인이 훈련을 보류하고자 사유를 거짓으로 만들면 '3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한다.
즉 본인의 주도적인 범행보다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은 가족의 처벌(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이 더 무겁게 규정돼 균형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특히 예비군법과 비슷하게 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병역법(6개월 이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 벌금)이나 민방위기본법(30만원 이하 과태료) 벌칙조항과 비교해도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재판부는 해석했다.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따라 해당 재판 절차는 헌재 결장이 있을 때까지 중단된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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