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첫 장면부터 펼쳐지는 철가방 추격신은 단박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철가방을 든 철구와 그를 쫓는 두 여인은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듯 열심히 좁은 소극장 무대 위를 종횡무진한다.
여인 중 한명은 가출한 학생 정훈이를 찾기 위해 발로 뛰는 열혈 교사 '봉순자'.
봉순자는 공공임대 아파트와 민간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함께 다니는 수서의 어느 중학교 교사다.
'평상시엔 서로 같이 밥도 먹고 공도 차고 짤짤이도 하며 아무 위화감 없이 지내는 듯했던' 평범한 중학교.
정훈이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그는 왜 학교를 떠나고 싶어했을까.

9일부터 5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진행되는 연극 '철가방 추적작전'은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잡은 작품이다.
균일한 외관 속 사회적, 경제적으로 다양한 차이를 담은 아파트.
이번 작품은 어느새 상대를 판단하는 수단이 돼버린 아파트를 통해 우리 안에 내재한 적대심과 차별을 돌아보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번 연극은 정훈이 행방을 쫓던 봉순자가 자신이 굳게 신봉한 교육관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그동안 외면하려 한 차별과 불공정한 경쟁의 이면들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봉순자인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임대 아파트에서 탈출하게 하는 것만이 진정한 교육일까. 중학교 중퇴를 중학교 졸업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중학생들의 악의 없는 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냉혹한 차별의 현실, 그동안 모두가 외면하려 한 소외된 이들의 고단한 삶은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질문들을 저절로 던지게 한다.
진지한 내용의 연극이지만 너무 심각하지는 않다.
요즘 고등학생들의 대화가 날 것처럼 생생하게 펼쳐지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는 1시간 반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할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소극장 무대를 충분히 활용한 감각적인 배경과 소품 활용, 시의적절한 영상과 음악은 관객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학생들이 결국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 결말이 수많은 선택 중 하나를 미화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고민이 들게 한다.
'철가방 추적작전'은 김윤영 단편소설을 박찬규 작가가 각색한 작품으로, 신명민 연출이 연출을 맡았다.
이번 연극은 두산아트센터가 2013년 시작한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 중 하나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다.
매년 다른 주제로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고민해왔다.
올해는 '아파트'를 주제로 강연 8회, 공연 3편, 전시 1편이 3개월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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