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골대 '3개' 달린 축구장이 들어선 까닭은(종합)

입력 2019-04-11 19:49  

미술관에 골대 '3개' 달린 축구장이 들어선 까닭은(종합)
20세기 중반 참여적 예술활동한 덴마크 미술가 요른, 아시아 첫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90여점 점시…'대안적 언어' 주제로 작업 살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1일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은 저마다 고개를 내밀고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이들 눈길을 잡아끈 것은 지하 1층에 설치된 거대한 '축구장'. 그런데 경기장이 직사각형에 2개 골대를 갖춘 일반적인 축구장과는 다르다. 골대가 3개 있는 정오각형 형태다.
이 괴이한 축구장은 덴마크 미술가 아스게르 요른(아스거 욘·1914∼1973)이 고안한 '삼면축구' 무대다. 다음 날 서울관에서 개막하는 요른의 아시아 첫 개인전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에 맞춰 설치됐다.
국내에서는 그 이름이 생소하지만, 요른은 1950∼1970년대 코펜하겐과 파리를 중심으로 사회 참여적 예술활동으로 주목받은 작가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미술계에 큰 영향을 준 '코브라'(CoBrA)의 중심으로 기억된다.
요른은 또한 엘리트주의 예술을 철저하게 거부했고 대중이 예술 중심에 서야 한다고 믿었다. 1964년 구겐하임재단이 그를 미술상 수상자로 발표하자, 요른이 미술관에 보냈다는 전보에서 그의 성품과 활동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상금을 가지고 지옥이나 가라, 나는 상을 받지 않겠다."



덴마크 실케보르그 요른 미술관과 협력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회화부터 도자까지 종횡무진인 요른의 작업 90여점을 소개하면서 '대안적 언어'를 줄기로 삼아 그의 예술 세계를 돌아보려는 시도다.
전시장은 ▲ 실험정신-새로운 물질과 형태 ▲ 정치적 헌신-구조에 대한 도전 ▲ 대안적 세계관-북유럽 전통의 세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날 미리 찾은 전시장은 가벽을 세우지 않고 천으로 공간을 구분한 것이 이색적이었다.
첫 번째 공간에는 1930∼1940년대 다양한 매체에 도전하면서 고전적인 미술 언어의 틀을 깬 초기 작업이 전시됐다. 강렬한 원색을 품은 표현주의적인 회화뿐 아니라 온갖 궁금증을 자아내는 도자도 흥미로웠다.
두 번째 주제는 '코브라'와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 등 요른이 활동한 그룹이다. 요른은 1948년 결성된 코브라에서 공동체 활동과 유대, 창의성에 바탕을 둔 대안적 문화를 실험하고자 했다. 9년 뒤 만들어진 SI는 예술 상품화와 소비 자본주의를 비판했으며 예술적 창의력을 일상에 접목하고자 했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비교 반달리즘 연구소(SICV)를 설립하는 등 북유럽 문화와 전통으로부터 대안적 이미지를 찾으려 한 요른 연구를 살펴본다.



관객참여형 작품인 '삼면축구' 경기장에서는 요른이 고안한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3개 팀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득점이 아닌 실점이다.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두 팀만 있다면 공격에 힘을 쏟겠지만, 팀이 3개가 되면서 공격이 아닌 방어적인 태세를 갖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예술이 이원적 대립을 상쇄할 수 있는 존재라는 요른 철학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2017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이집트 초현실주의, 크지스토프 보디츠코, 요나스 메카스, 아크람 자타리 전시와 연결된다.
아직 국내에 친숙하지는 않지만, 현대미술의 다양한 시점과 경향을 보여준 작가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야콥 테이 덴마크 실케보르그 요른 미술관 관장은 "유럽과 미국의 많은 예술가가 아스거 요른을 두고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 바 있다"라면서 "이제 대중에게도 요른이 알려질 때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9월 8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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