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던 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며 오마리 알-바시르 대통령(75)의 30년 독재가 끝났지만 시민들은 군부의 정권 장악에 반발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빵과 연료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12월 촉발된 바시르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1일 군을 이끄는 아와드 이븐 아우프 국방장관이 국영TV 연설을 통해 '정권 전복' 선언을 했다.
바시르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를 통해 30년에 걸쳐 권력을 잡았고, 2003년 발생한 다르푸르 내전 당시 주민 살해를 명령했다는 혐의 등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그를 독재자로 불렀다.
그러나 이번 군부의 발표로 본인도 쿠데타로 실각해, 군에 의해 구금된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수단에서는 아우프 국방장관이 2년 후에 선거를 하겠다면서 현행 헌법 효력을 정지하고 군이 주도하는 군사위원회가 국가를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동안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를 주도해 온 단체들은 "탄압이 계속될 것"이라며 군부 통치 반대 시위를 이어가기로 해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군중 앞에서 자동차 지붕에 올라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면서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한 알라 살라(22)는 "우리는 과도 문민 정부만 수용할 수 있다. 다른 계획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아우프 국방장관에 대해서도 다르푸르 주민 살해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면서 "그가 변화를 대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시민들의 불만을 배경으로 한 시위를 계기로 장기 집권 세력의 붕괴가 이어지고 있다.
알제리에서는 20년에 걸쳐 집권했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전 대통령의 집권 연장 시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알제리에서 가까운 수단에서도 시민들의 대통령 퇴진 요구시위가 확산하며 이에 군부가 30년 장기집권한 바시르 대통령의 체포로 대응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현지 언론은 이를 '제2의 프라하의 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로이터 제공]
그러나 '프라하의 봄'과 같이 장기집권을 종식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내전이 시작됐고, 리비아에서는 나라가 동서로 분열돼 군사 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군부가 사실상 쿠데타로 해임하고 군 출신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있다.
알제리는 물론 수단에서도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투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가능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choina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